[日 도호쿠 대지진/전력 공급 비상]日지사, 시공사에 요청… 유럽선 반대 시위 확산도
일본 지진 사태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크게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원전 건설 보류 움직임이 나오는가 하면, 유럽에서 원전 반대론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뚜렷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14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숫자는 432기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출력량은 3억8,915만㎾에 달한다. 이 중 미국 내 원전이 104기(1억534만㎾)로 가장 많고, 프랑스가 59기, 일본이 54기, 러시아가 27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숫자로는 세계 5위(21기), 전력생산량으로는 세계 6위(1,771만㎾)다.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오랫동안 주춤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재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총 66기, 건설이 계획되고 있는 원전은 74기에 달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새 원전 건설에 착수하기로 했고, 영국과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도 원전 찬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도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전 건설을 지난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26개의 원전이 무더기로 지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원전의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에는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으며 효율성도 높다.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체르노빌 이후 20여년 동안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검증이 끝났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지진 사태로 '안전신화'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원전 건설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키나리 야마구치현 지사가 이 현에 건설될 예정인 원전 시공사에'당분간 공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는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중인 원전이 10여기에 달해 다른 건설현장에서도 유사 사태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에서도 연일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는 4만명의 시위대가 손을 맞잡고 45㎞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면서 정부의 원전 가동시한 연장 조치를 항의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긴급회의를 연 뒤 "독일 내 원전 17기의 안전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녹색당 등이 집회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우리나라 19개 환경ㆍ시민단체도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화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위험한 핵발전 확대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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