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호쿠 대지진] 금융 쇼크"재정 지출 늘면서 한두달 내 약세로 돌아설 것" 전망
도호쿠(東北)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는 여전히 강세다. 대형 재난이 발생한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는 상식을 뒤집는 현상. 과연 이런 역설적인 엔화 강세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14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2.07달러.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 종가(81.77달러)와 비교해보면 소폭 상승세(엔화 약세)로 돌아섰다. 오전만해도 80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 초강세를 유지하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이 발표된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한 것. 하지만 지진 이전과 비교해보면 엔화 강세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저금리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엔 캐리 트레이드)한 자금이 일본 본국으로 환류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가계나 기업들이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애국심까지 가세를 하면서 엔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3월 결산과 맞물려 본국 송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지금의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하지만 엔화 강세 기조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는 엔화 약세 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뜩이나 일본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복구를 위한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엔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당시 3개월 정도 엔화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강세 기간이 그보다 훨씬 짧아질 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신대지진 당시보다 지진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보이고, 당시보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화 강세 기조가 길어야 1, 2개월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80엔대 중반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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