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치 못할 거대 지진의 전조인가. 일본 지진기록 140년 사상 최대 규모(9.0)인 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지진으로 한국인 연수생을 포함,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칠레 콘셉시온 지진(규모 8.8)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지진(규모 7.0)의 참상도 아직 기억에 선하다. 최근 들어 유독 대규모 지진이 늘어난 것 같다는 느낌 속에서 인류 차원의 재앙을 초래할 초거대 지진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화적 상상력을 일축한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대형 지진의 발생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부각되면서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대 리사 그랜드 루드윅은 미 abc방송에서 "평소보다 특별히 지진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저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인구밀집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다른 견해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 컬럼비아대 레이몬트-도어티 지구관측소의 제프 에이버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지진이 늘었다고는 못해도 규모 8.0 이상의 강진만 놓고 보면 최근 8년 동안 발생 횟수가 지난 20~30년 사이에 비해 명백히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이 수치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만약 의미가 있다면 왜 이런 경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논란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지진의 10%가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대형 지진에 대한 예측이 보다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969년 모기 기요오(茂木淸夫) 도쿄대 교수가 처음 제시한 도카이(東海)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는 도쿄 서남쪽 시즈오카(靜罔)현의 스루가(鵔河)만 일대에서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90~150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예측이다. 도카이 지진은 이보다 서쪽인 도난카이(東南海), 난카이(南海) 지진으로 이어져 대형 재난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험하다. 이 경우 9일부터 사흘 연속 연동지진으로 일어난 이번 도호쿠 지진처럼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수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707년 규모 8.6, 1854년 규모 8.4의 지진이 일어난 뒤 지금까지 대형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곧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번 도호쿠 지진이 도카이, 도난카이 지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지금 우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도호쿠 지진은 태평양판이 북미판 밑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발생한 것이고, 도카이 지진은 필리핀판의 운동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예상도 많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지구물리학과 천 지 교수는 이번 도호쿠 지진에서 파괴된 단층 길이는 300~400km로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파괴된 단층 길이(1,300km)보다 크게 짧은데도 두 지각판이 40m나 미끄러진 탓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보였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12일자에 밝혔다. 이는 애초 미 지질조사국이 추정한 길이(10~20m)보다 2배 이상 긴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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