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 최대 규모인 동일본 지진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식 사망자만 이미 3,000명 이상인 터에 앞으로 매몰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이 잇따르면 인명 피해만도 1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 피해와 생활 피해는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어림잡아도 100조원 가깝다고 한다.
거대지진과 해일의 구체적 피해는 이제 겨우 확인되기 시작한 단계다. 교통ㆍ통신망이 곳곳에서 끊기는 바람에 그 동안 주로 항공사진 등으로 겉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뻘밭과 무너진 건물과 토사 더미에 덮인 참화의 실상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고통만으로도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데, 앞으로 드러날 피해의 실상 앞에 일본 국민은 더욱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본에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따스한 정서적 공감과 연대다. 밀려드는 각국의 구조ㆍ구호 손길 가운데서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줄 인정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구조대나 지원장비, 구호물자의 양적 다과에 신경을 쓰기보다 이웃나라 국민의 고통을 진정으로 아파하고, 정서적 연대를 표현하는 데 최대한의 성의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언론은 일찍이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보여주었던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자세가 이번에도 그대로 재연된 데 대해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거듭된 방재훈련의 성과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보다 집단의 공리적 이해를 앞세워 온 문화 덕분일 것이다.
반면 이런 자기 절제와 질서의식이 때로는 소극적 자구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력으로 항거하기 어려운 커다란 재앙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태에서는 고난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한국민 특유의 활력과 추임새는 망연자실한 일본 국민에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은 고베 대지진 당시 이미 확인됐다.
삼성재팬을 비롯한 일본 현지 한국기업 임직원들의 대대적 자원봉사는 잿더미 위에 주저앉아 있던 고베 시민들에게 적잖은 힘을 불러 넣었다. 똑같은 급식소라도 민단이나 조총련 교민들이 밥 주걱과 국자를 든 곳은 삶의 의욕과 재기의 의지가 더 뜨거웠다.
이번에도 대대적 민간 지원의 물결이 일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공군수송기를 동원해 긴급 구조팀을 파견했다. 앞으로 지원성금이나 구호물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회의 현실은 물적 지원보다는 정서적 지원이 소중하다. 배용준 이병헌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들의 위로와 격려가 가득 일본으로 밀려가 일본 국민의 좌절과 실의를 덜고,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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