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냉정했다.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고통을 받는 일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동정 여론과 달리, 14일 열린 증시에서는 일본 경쟁업체의 곤경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대형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꼽은 업종은 철강, 정유, 전기ㆍ전자(IT), 자동차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름세를 주도한 것은 포스코와 인천제철 등 철강 업체였다. 포스코는 지난 주말보다 8.32%(3만7,500원) 오른 48만8,000원을 기록했고, 현대제철(13만6,000원)은 10.12%, 동국제강(3만7,750원)은 12.86%나 올랐다. 덕분에 철강금속업종 지수도 7% 넘게 뛰어, 전체 업종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간 800만톤을 생산하는 JFE 지바제철소가 화재 피해를 입는 등 일본 제철업계의 피해가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1,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현대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일본 철강사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고 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철강 수요가 증가할 수 있어, 동아시아 철강 수급 여건은 국내 업체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철강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국내 철강업체의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코스모오일 등 일본 정유시설의 4분의1이 가동 중단되면서 국내 정유ㆍ화학업체의 주가도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 박재철 연구원은 “일본 정제설비 가동 중단으로 아시아 지역에는 석유류 제품 공급이 하루 55만 배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Oil은 이날 12.9% 급등한 14만원을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6.72%)과 GS(8.31%) 등도 일제히 올랐다. 호남석유(11.11%)와 한화케미칼(9.32%) 등 화학업종도 선전했다.
IT와 자동차도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4.41% 올라 1주일만에 90만원대를 회복했고, 하이닉스도 8.66% 상승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 3’의 공장 가동 중단 소식에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1.64%, 0.99%씩 뛰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업종은 부진했다. 특히 대지진 직후 여행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주말동안 이미 홍역을 앓은 항공, 여행 업종은 시장의 예상대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은 한해 300만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오고, 또 국내 해외 관광객의 20%가 찾는 우리나라 여행서비스업계의 최대 시장. 대한항공(5만6,900원)과 아시아나항공(8,900원)은 이날 하루 각각 7.33%, 10.64%씩 추락했고, 모두투어는 하한가를, 하나투어는 13.74% 떨어졌다.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리라는 예상에 호텔신라(-9.84%), GKL(-14.62%) 등 호텔, 카지노 업종도 약세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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