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폭발, 거듭되는 여진, 또 닥쳐올 쓰나미의 공포….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전후 최대 재난에 직면한 일본 열도에 14일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가 재해가 엄습하고 있다. 본격적 복구는커녕 피해 상황 파악도 어려워 혼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대지진 직후 가동이 중단된 후쿠시마(福島) 원전은 1호기에 이어 이날 3호기에서도 폭발이 발생했고 2호기에선 한때 핵연료봉이 완전 노출되는 등 방사능 대량 누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분께 3호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 오르며 수소 폭발이 일어나 사고 대처 작업 중이던 직원 등 11명이 부상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폭발 직후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노심(爐心)을 감싼 "격납용기는 안전한 상태"이며 원전 주변의 방사선 측정치에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12일 1호기와 마찬가지로 격납용기와 콘크리트 외벽 사이에 차오른 수소 폭발로 보인다.
제1원전 2호기는 이날 냉각 기능을 완전 상실해 긴급 해수 주입을 시도했지만 수면이 계속 내려가 2시간 30분 동안 핵연료봉이 모두 노출되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다시 수면이 오르긴 했지만 도쿄전력은 "연료봉이 일부 손상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이 "여전히 긴급상황에 있다"고 말했고 에다노 장관은 "노심용융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제1원전)3기 모두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도호쿠, 간토(關東) 지역 12개 도ㆍ현 경찰이 확인한 사망자는 1,886명에 이른다.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후쿠시마 3개현에서의 희생자가 대부분이다. 행방불명자는 2,369명, 부상자는 1,91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야기현의 경우 쓰나미로 마을 전체가 없어지다시피 한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서 "1,000구 정도의 사체를 헬리콥터로 확인"했고 인근 이시노마키(石卷)시 오시카(牡鹿)반도 해안에서도 1,000구 전후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실종자를 포함하면 이미 희생자는 4만명이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진과 쓰나미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이바라키(茨城)현 앞바다에서 규모 5, 나가노(長野)현에서 규모 4의 지진이 이어졌다. 호주지진센터 케빈 매큐 소장은 "일본에서 규모 7.9의 대형 여진이 수일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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