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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참상 증언 - "흙탕물 소용돌이 속 놓쳐버린 딸 찾을 수 있을지…"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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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참상 증언 - "흙탕물 소용돌이 속 놓쳐버린 딸 찾을 수 있을지…" 절규

입력
2011.03.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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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몰려온다. 빨리 도망쳐라. 누군가 고함을 쳤어요. 대피해 있던 체육관에서 뛰쳐나왔지만 열 걸음도 못 가 차가운 흙탕물에 빠져버렸고, 이젠 죽었구나. 넋을 놓고 있는데 누군가 던져준 호스를 가까스로 붙잡아 목숨을 건졌어요. 생지옥 같은 순간이었어요.”

200여 구의 시신 수습이 한창인 미야기(宮城)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 노비루(野蒜)지구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 14일 오전 마이니치(每日)신문 취재진이 이곳에서 만난 데라카와 시게코(寺川重子ㆍ72)씨는 11일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마을을 덮친 쓰나미에 남편(78)을 잃었다. 데라카와씨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선물한 스누피 모양의 휴대폰 고리를 손에 든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47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데라카와씨는 “이미 희망을 버렸다”고 말했다.

오가타 고헤이(尾形康平ㆍ74)씨는 그날의 참상에 대해 “쓰나미 경보를 듣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노비루 지구를 향해 차를 몰았지만 학교 건물 앞에서 쓰나미에 휩쓸리고 말았다”며 “겨우 차 밖으로 탈출해 나무를 붙잡고 일어설 수 있었지만 딸을 놓쳤다”고 울먹였다.

아오모리(靑林)현 미사와(三澤)시 쓰나미 피해 현장에서 실종된 다카하시 쿠니오(高橋國雄)씨의 동료들은 “어부 경력 50년인 다카하시씨는 해일에 대처할 만한 경험이 풍부했지만 미처 상황 판단을 하기도 전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한 어부는 “작은 파도가 해안으로부터 빠져나가는 시간에 맞춰 다카하시씨가 트럭을 몰고 수십m 떨어진 창고로 달렸지만 갑자기 밀려온 쓰나미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11일 이와테(岩手)현 오쓰치(大槌)로 단체여행을 떠났다가 연락이 두절된 뒤 사흘만인 13일 오후 아키타(秋田)현 고조메(五城目)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43명의 노인회 회원들은 엄청난 굉음으로 쓰나미를 기억했다. 다카하시 사쿠오(高橋作雄ㆍ75)씨에 따르면 이들은 11일 오후 해안에서 약 50m 떨어진 오쓰치의 한 관광호텔에서 연극을 보던 중 심한 진동을 느껴 목욕용 옷차림 그대로 주차장으로 뛰쳐나왔다. “쓰나미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고지대로 달려간 이들은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머물고 있던 호텔이 파도에 잠겨버리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잠시만 머뭇거렸어도 구사일생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13일까지 주민 1만7,000여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의 오야마 시츠코(小山倭子)씨는 11일 쓰나미로 딸을 잃었다. NHK에 출연한 오야마씨는 “물살이 집을 덮쳐 소용돌이에 휩쓸려가면서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며 “물 위로 올라가려고 애를 썼지만 사방에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고 몸부림을 친 덕분에 겨우 살 수 있었지만 딸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찾을 수가 없다”고 눈물을 쏟았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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