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방사선 수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전했다. 일본 정부가 핵연료가 들어 있는 노심(爐心)에 급히 바닷물과 붕산수를 쏟아붓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3호기도 같은 응급처치를 하고 있지만 계속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정화하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원전은 핵연료가 들어 있는 막대(핵연료봉)를 약 1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 이때도 일단 원전을 정지시킨 뒤 노심에 물을 부어 식힌다. 수명이 다된 원전을 폐기할 때도 비슷하다. 다만 한국은 식은 상태 그대로 핵연료봉을 물속에 담가 보관하지만 일본은 이를 꺼내 재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핵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은 다르다. 핵연료봉에 비해 방사선을 적게 내는 폐원전의 구조물이나 부품은 커다란 드럼통에 담겨 폐기물처분장으로 간다.
핵연료봉을 교체하거나 폐기하기 위해 노심을 식힐 땐 펌프를 돌려 물을 계속 순환시킨다. 수백 도로 뜨거운 노심에 물을 붓기만 하면 온도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이다. 식기는커녕 물이 끓어 원자로 내부가 증기로 차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뜨거워진 물을 빼내고 다시 찬물을 넣는 순환펌프 기능이 필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들은 전원 공급이 끊어져 순환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바닷물을 넣어도 노심이 식기 전에 뜨거워져 수증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빼내고 다시 바닷물을 넣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1호기의 전기출력은 약 50만kW(킬로와트). 열이 단 1%만 남아 있다고 해도 5,000kW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 정도면 북한에 있는 원자로 한 기 규모”라며 “(노심을) 식히는 데만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통 원자로에는 염소나 미네랄성분 등을 모두 제거한 순수한 물을 써야 한다. 핵연료를 싸고 있는 피복재(금속)가 부식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노심 온도가 수천 도에 이르는 이번 사고 상황에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부을 수 있는 바닷물이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수개월 뒤 바닷물 속 화학성분들이 피복재를 부식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붕산의 과다 사용도 문제다. 붕산은 원래 원전 출력을 낮출 때 쓰는 물질이다. 핵연료와 만나 핵분열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게 중성자를 붙잡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산성물질이기 때문에 다량 주입하면 결국엔 피복재를 부식시킬 수 있다. 원전 정상 가동 때 사용하는 붕산의 최대 농도 기준치는 약 5,000ppm. 냉각수의 수소이온지수(Ph)가 6~7 사이로 유지되도록 부식억제제를 함께 넣는다.
방인철 울산과학기술대(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후쿠시마에선 아마 붕산을 기준치 이상으로 넣고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냉각이 진행되면 반드시 부식억제제를 투입해야 추가 노심 부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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