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가"
8년을 질질 끌어온 온 질문에 대해 금융당국이 묘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대주주 자격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것. 다만 지금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선 "확실하지 않다"는 게 금융위의 결론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벌인 결과, 최종 판단을 보류했다. 아울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건은 아예 상정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또 다시 결정을 미루면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증폭된 상황. 당국의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대주주 자격 심사를 위해 들여다본 것은 크게 세가지. ▦론스타가 산업자본인가 금융자본인가(비금융주력자 여부) ▦재무건전성 요건 등은 갖추고 있는가(정기 적격성) ▦범죄연루 등 돌발적 요소는 없는가(수시 적격성) 등이다.
금융위는 이중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해선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동안 시민단체 등은 론스타가 금융자본이 아니라 산업자본이므로, 애초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한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2003년9월~2010년6월 말까지 론스타의 투자내역과 회계상황 등을 확인한 결과, "산업자본으로 볼 수 없다(=금융자본이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기 적격성과 관련해서도, "반기 별로 재무조건 등을 따져본 결과 역시 대주주로서 자격을 어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시 적격성. 대법원이 지난 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 일각에선 "불법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대주주 자격을 잃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금융위는 "최종 판결이 아닌 만큼 파기환송 결정 만으로 대주주 자격 여부를 따질 수 있는지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것이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결과를 유보함으로써 이날 상정조차 되지 않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은 "두 사안은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한 별개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언제 인수승인 심사를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결국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일단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인정한 것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다소 승인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 미루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문제도 동시에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지금까지 수 차례 외환은행 매각에 제동을 걸어 온 금융당국이 또 다시 매각을 지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배만 불린다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고위 인사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중에 정책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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