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한 지 6일째에 접어든 16일 생존자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있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생환기도 들려온다.
이날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이와테(岩手)현 시골마을인 야마타(山田)에 사는 오노 유코(39)씨는 지난 11일 쓰나미가 밀려올 때 아들(8)과 아들의 친구를 자신의 소형 자동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 높이의 제방을 넘어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을 본 오노씨는 차를 좁은 골목길로 몰아 정차시켰다. 불과 몇 초만에 쓰나미가 닥쳤고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차는 물에 잠기거나 전복되지 않고 그대로 떠올라 건물 2층 높이에 멈췄다. 좁은 골목이 차의 전복을 막은 데다가 쓰나미 급물살은 밑에서 차를 들어올려 마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오노씨는 마침 건물 지붕에 피신해 있던 남성의 도움을 받아 차량 뒤쪽 창문을 통해 아이들과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이 '살 수 있다'고 밝게 얘기했다"며 "아이 덕분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쓰나미에 휩쓸리고도 살아난 이도 있다. 16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칸노 내자(64)씨는 지진으로 집이 흔들리자 근처 시민 회관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1, 2층에 사람이 많아 3층까지 올라간 순간 쓰나미가 회관을 덮쳤고, 칸노씨는 휩쓸렸다. 이 과정에서 얼굴을 벽에 부딪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회관 3층 어느 작은 방으로 휩쓸려간 그는 정신을 잃지 않고 철제로 된 캐비닛을 더듬어 잡았다. 천장아래 겨우 몇㎝ 남은 공간에 입과 코를 대고 숨을 쉬었다. 몇 시간 후 물이 조금 빠지자 3층 복도로 나왔고, 생존자 10여명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하룻밤을 보냈다. 회관 1, 2층과 주변에서 모두 3,000여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전해 들었다.
앞서 지진 발생 3일째인 13일에는 후쿠시마(福島)현 소마(相馬)시에 살던 신카와 히카루(60)씨가 후타바마치 앞바다 약 5㎞에서 자택 지붕을 타고 살아난 사실도 있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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