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단전이 실시될 예정이다. 정전되면 전력공급은 자가발전기를 이용해 신문제작에 한정한다.”
한국일보 도쿄(東京)지국이 입주해 있는 일본 긴자(銀座) 요미우리(讀賣)신문 본사에 13일 ‘정전시 대응법’이라는 안내장이 돌았다. “도쿄전력이 일시적인 정전을 차례로 실시”하기 때문에 자사의 신문제작에 필요한 전기 이외에는 일시 전기공급이 중단된다는 예고다. 거대지진 이후 첫 평일근무가 시작되는 14일부터 상당한 전력 수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전 11기 가동 중단이 원인이다.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의 승인을 얻어 14일부터 4월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도ㆍ현을 5개 시간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차례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 2번 6시간 정전되는 곳도 생긴다. 전철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지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도쿄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3일 현재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지역에서는 260만 세대가 정전상태에 빠져 있다. 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가 대부분으로 약 216만 세대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피해가 컸던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현은 거의 전역에 전력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간토 지역은 북부 이바라키(茨城)현 40여만 세대가 여전히 정전이다. 전력회사는 “복구작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언제 완전히 복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대답을 반복할 뿐이다.
수돗물 역시 17개 지역 140만 세대에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미야기,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정수장 등이 지진 피해를 봤고 센다이 일부와 후쿠시마현 태평양 연안 어항인 이와키시의 공급도 끊어졌다. 후생노동성이 일본수도협회에 급수차 214만대를 피해지역에 파견해주도록 요청해 마실 물 수송이 시작됐지만 공급은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 3월이라고는 해도 도호쿠 지역은 밤이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 간다. 가스도 센다이를 비롯한 미야기현 주요 도시와 이바라키, 후쿠시마현 일부에서는 공급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은 집중 피해지역을 제외하면 상당부분 복구됐지만 통신량 증가 등으로 정상을 회복한 상태는 아니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12, 13일까지 최대 규모 6의 여진이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지진 발생 이후 13일 밤까지 60여 시간 동안 150여 차례의 강도높은 여진이 이어졌다. 13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10시간여 동안에만 규모 5.3~6.3 규모의 여진이 20여차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사흘 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70%”라고 밝혔다. 재난으로 초토화한 일본의 절반을 또 한번 강진이 덮칠 가능성이 거의 현실화하고 있다. 추위와 허기에 지친 34만 피난민들은 다가올 지진 앞에서 마음만 졸이고 있다. 한편 일본 남부 규슈(九州)의 신모에다케화산이 13일 오후 한 달 만에 또다시 폭발을 일으켜 화산 공포까지 겹쳤다. 현지 NHK방송에 따르면 화산 폭발로 분출한 가스와 재가 4,000m 상공까지 치솟았다. 이 화산은 지난달 11일과 14일에도 화산재가 분출하는 등 지난 1월 이후 10여 차례 분화가 계속됐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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