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끝나 더는 죄를 묻지 않게 됐으니, 양심이 있다면 살해한 이유만이라도 알려주세요."
대구 성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발생 20년을 앞두고 당시 실종됐던 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65)씨는 "왜 아이들을 죽였는지, 부모에게 그 이유만이라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1991년 3월26일 영규군 등 5명의 어린이는 대구 달서구 와룡산 자락으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 실종된 뒤 11년여 만에 모두 유골로 발견됐다. 아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이 사건은 미제 상태로 2006년 1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에 대한 김씨의 원망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씨는 "애초 경찰이 아이들이 실종된 걸 가출로 보고 애들이 누군가에게 붙잡혀 '앵벌이'를 하고 있다고 못박았다"며 "부모들은 이를 믿지도 않았지만 5명이 설마 죽었겠나 싶어 차를 타고 3년 동안 전국을 다녔지만 못 찾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생업 때문에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경찰에 모든 걸 맡겼지만 11년6개월 만에 아이들이 놀던 옆자리에서 유골이 나왔고 경찰은 저체온 또는 동사로 죽었다고 했다"며 "이후 법의학 조사 결과 타살로 판명됐으면 경찰이 범인을 찾아야 하는 건데, 어영부영하다 20년이 지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지난 1월 개구리소년을 소재로 해 화제가 된 영화 '아이들'을 다른 실종 어린이 아버지들과 함께 눈물 속에 관람했다. 그는 "영화 시사회를 하던 날 아버지들이 모두 함께 서울로 가 영화를 봤다. 사건의 피해자인 종식이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려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 사연을 다룬 영화인데 얼마나 슬펐겠냐"고 말했다. "이 영화가 입으로 전해져 잊혀져 가는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관심 속에 누군가 어떻게 아이를 살해하게 됐다고 말만 해준다면 아이들 한을 풀 수 있을 텐데..."
김씨는 "경찰서에 아직 개구리소년 수사전담팀이 있지만 이름만 있을 뿐"이라며 "민간조사법이 제정돼 탐정을 고용해서라도 이 사건을 처음부터 재구성해 새로 수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씨는 지금은 대구 달성군의 작은 나일론 공장에서 아내와 일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 공장에는 김씨 외에도 철원(당시 12세)군의 아버지 우종우(63)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부모는 오는 26일 아이들이 뛰놀다 유골로 발견된 와룡산을 찾아 예년처럼 조용하게 추도제를 지낼 계획이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