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건축물의 85%를 차지하는 1, 2층 건물이 현행법상 내진 설계 대상에서 제외돼 지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인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 중에서도 실제 내진 설계가 된 것은 16%에 그쳐 국내 건축물 대부분이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 도심에서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11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 동 가운데 내진 설계 대상은 100만여 동인데 이 중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16만여 동에 불과했다. 특히 학교 시설은 1만8,329동 가운데 내진 설계로 지어진 곳은 2,417동(13.2%)에 그쳐 지진 대비에 매우 취약했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7,700여명, 부상자는 10만7,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건축물 6만7,000여동이 붕괴되거나 파손돼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내진 설계 기준이 마련된 것은 1988년부터다. 1985년 멕시코 대지진이 계기가 돼 1988년 6층 이상, 10만㎡ 이상 건축물에 내진 설계 기준이 도입됐다. 그러다 1995년 5층 이상 아파트, 1만㎡ 이상 건축물로 확대된 뒤 2005년부터 현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내진 기준은 규모 5.5~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내진 설계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3층 미만 건물과 고층 건물 중에서도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특히 지진에 취약한 상태다. 소방방재청은 국내 1,2층 건물을 580만여 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에 지어져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민간 건축물이 내진 보강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관련 내용을 담은 지진재해대책법이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내진 보강을 한 건물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해주거나 재해보험요율을 할인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내진 보강 비용이 건물 신축 시 내진설계 비용(건축비의 2~5%)에 비해 크게 높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인센티브의 규모가 크거나 의무화되지 않는 한 내진 보강을 하는 건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도면상으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도 실제 건축 때 그대로 따랐는지, 내진 성능이 충분한 지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관련 예산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한강철교 등 교량 두 곳은 올해 40억원을 투입해 내진 보강을 할 계획이며, 학교 시설도 내진설계 비율을 현재 13%에서 2015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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