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스포츠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먼저 일본프로야구는 정상적인 시즌 개막이 불투명하다. 라쿠텐의 홈구장인 미야기현 센다이시 크리넥스 스타디움이 심하게 파손돼 25일로 예정된 라쿠텐의 홈 개막전 개최가 어렵게 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크리넥스 스타디움의 전기 시설은 복구됐지만 가스 공급이 끊겼고, 특히 관중석은 지반이 흔들리면서 금이 간 상태다. 라쿠텐 관계자는 "구장 상태를 점검해 일본야구기구(NPB)에 보고하겠다. NPB의 빠른 결정을 기다린다"고 말해 일정을 변경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크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전체 퍼시픽리그 일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라쿠텐은 25일부터 지바 롯데, 소프트뱅크와 홈 6연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서는 다른 구장을 빌리거나 아예 원정 경기를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이재민들을 위해 개방된 상태다.
12,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시범경기도 취소됐다. 이에 따라 12일 요미우리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던 박찬호는 13일 자체 홍백전에 이어 20일 시범경기에 등판할 전망이다.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승엽을 비롯해, 김병현(라쿠텐), 김태균(지바 롯데), 임창용(야쿠르트)도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 선수들도 국내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도쿄에 계신 부모님은 안전하지만 할머니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걱정스럽게 말했고,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도 일본 내 휴대전화가 불통되면서 가족과 연락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축구도 예외일 순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3일 "2011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 중인 나고야 그램퍼스,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일정을 다음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5일 나고야-알 아인(아랍에미리트), 16일 가시마-시드니FC(호주)전이 연기됐다. 일본은 이미 12, 13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J리그 경기도 모두 취소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과 코치 4명은 지진 피해를 우려해 지난 12일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또한 13일까지 고치현 고난시 도사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대회가 강진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이 대회 1라운드에서는 한국여자프골프(KLPGA) 상금왕인 이보미(23·하이마트)와 송보배(25)가 3언더파 69타를 치며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잔여 라운드가 취소돼 1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공식 상금의 50%만 지급받게 됐다.
16일부터 고치현 고치경륜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1 한일 경륜대항전도 전면 취소됐다. 한편 오타비오 친콴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은 13일 이달 말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피겨선수권에 대해 "일단 일본연맹으로부터 도쿄 요요기 체육관은 대회를 치르기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친콴타 회장은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다. 다각도로 정보를 수집한 뒤 대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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