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쓰나미가 시가지를 집어삼켰다. 지옥 그 자체였다.”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의 경치 빼어난 어촌인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평소 낚시나 해안 풍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인구 1만7,300명의 소도시를 11일 오후 일본 최악의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덮쳤다. 남은 것은 바닷물과 쓰레기더미, 진흙탕으로 변한 도로, 건물 몇 채뿐이었다.
주민 가운데 1만여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13일 “미야기현에서만 1만명 이상이 숨진 것 같다”고 말해 행방불명자 대부분이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 마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몰사하는 대참사가 예상되는 상황인 것이다. 다른 지역의 실종자들까지 감안하면 희생자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 현지를 공중에서 돌아본 일본 언론들은 미나미산리쿠초에서 제대로 된 건물은 2, 3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쓰레기더미로 변한 시가지를 보니 ‘마을이 사라졌다’는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며 “항구 근처 가옥들엔 콘크리트 뼈대만 남아 있었고 화재로 검게 탄 주택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나미산리쿠초는 지진 진앙에서 서쪽으로 88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땅이 크게 흔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m 높이의 쓰나미가 몰아 닥쳤다. 건물 3층 높이까지 바닷물이 찼다. 도심이 해변에서 3km 거리에 형성돼 있다 보니 피해가 컸다. 한 외신은 “하얀색 시즈가와 병원 건물을 제외하곤 시내 중심부 대부분이 물에 잠겨 폐허가 됐다”고 전했다.
미나미산리쿠초 앞바다에는 어선들이 뒤집혀 바닥을 드러냈고 해안은 각종 잔해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목숨을 간신히 구한 한 여성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밖을 보고 싶지도 않다”고 절규했다.
앞서 미야기현 재해대책본부 조사 결과 주민 7,500명은 이 지역 피난소 25곳에 몸을 피했지만 나머지 1만여명은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NHK가 12일 보도했다. 13일 나온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렇게 연락두절 상태의 사람 중 상당수는 쓰나미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방재대책청사에 있던 30여명도 쓰나미에 휩쓸렸다. 고지대에 위치한 시즈가와 고교 교정에선 흰색으로 긴급구조를 요청하는SOS라는 글자를 만들어 놓고 일부 주민이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시즈가와 병원에 300명, 고교에 500명이 고립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마을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가 끊어져 식료품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고, 경찰 및 소방소도 기능을 상실해 피해 복구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미나미산리쿠초는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쓰나미 피해가 빈번했다. 1896년, 1933년 일본의 지진 외에 1960년 칠레 지진 때도 쓰나미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해안에 방파제, 수문 등을 만들어 대비했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선 무기력했다.
또 주민들이 대부분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요소로 보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