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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멜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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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멜트다운

입력
2011.03.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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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원전 사고를 일컫는 멜트다운(meltdown)은 원자로 노심(爐心)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사태이다. 노심 용융(熔融) 또는 용해(熔解)라고 한다. 주된 원인은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냉각수나 냉각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원자로는 과열방지 장치를 겹겹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멜트다운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과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모두 인간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 때문이지만, 근본은 역시 원전의 안전성을 과신한 탓일 수 있다.

■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 발생 직후인 11일 오후 2시46분, 원자로 6개 가운데 3개가 자동으로 가동을 멈췄다. 원자로와 발전기의 외부 전력이 끊긴 데 따른 것이다. 동시에 디젤 비상발전기가 작동했다. 원자로가 멈춘 상태에서도 냉각수를 공급하는 모터 펌프와 밸브 및 계기에는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55분 뒤 비상발전기도 꺼졌다. 쓰나미가 덮치면서 원전 바닥이 물에 잠긴 때문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이런 경우에도 전기 펌프의 도움 없이 냉각수 증기의 힘만으로 노심 냉각시스템이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돼 있다. 이 때 밸브와 계기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 문제는 배터리가 다 닳도록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배터리 수명은 8시간이다. 이게 다해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노심이 과열돼 녹기 시작한다. 냉각수가 줄어 연료봉이 노출된 상태로 40분 정도가 지나면 노심이 손상되고, 90분이 지나면 원자로 격납용기가 녹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 되면 고압가스 형태의 방사능 물질이 외부 방호벽 안에 가득 차게 된다. 12일 오후 후쿠시마 원자로의 방호벽 건물이 폭발해 무너지면서 멜트다운 우려가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 일본 정부는 당초 멜트다운 가능성을 부인했다. 격납용기에서 수소가 새 나와 폭발했다고 둘러댔다. 지금껏 전문가들은 서방의 상업용 원자로는 방호장치가 튼튼해 멜트다운 되더라도 체르노빌과 같은 방사능 재앙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뒤늦게 원전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대피 범위를 확대한 것은 초기 대응을 그르친 의심을 받을 만하다. 유례없는 지진과 쓰나미에도 원전 안전성만 믿은 구석이 있다. 우리 정부도 기류 방향이 반대쪽이라 방사능 피해 위험이 없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독일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원전의 근본적 안전성까지 논의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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