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만반의 대비를 했을 거라고 예상됐던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12일 폭발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취약한 원전 구조가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충격이 더욱 크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은 안전보다 효율을 고려해 설계된 비등수형(沸騰水型)원자로(BWRㆍBoiling Water Reactor)다. 일본 전체 원전의 절반 가량이 BWR다. 반면 한국 원전은 전부 효율보다 안전을 우선한 가압수형(加壓水型)원자로(PWRㆍPressurized Water Reactor)다.
두 원자로의 가장 큰 차이는 증기발생기가 있느냐다.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을 가동시키려면 고압의 증기가 필요하다. BWR는 원자로 안에서 직접 물을 끓여 만든 고압 증기를 격납용기 밖에 있는 터빈으로 내보낸다. 반면 PWR는 원자로 속 압력을 높여 증기를 발생시킨 후 이를 증기발생기로 보낸다. 때문에 터빈으로 가는 고압증기에는 방사선이 전혀 없다.
증기발생기를 별도로 지어야 하는 PWR보다 BWR는 건설에 필요한 부지나 비용이 적다. 증기발생기를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발전효율도 높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발전효율이 PWR는 33%인데 비해 BWR는 37%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WR는 방사선을 포함한 증기가 격납용기 밖으로 나가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터빈이 항상 방사선에 오염돼 있다. 방사선 증기가 격납용기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 PWR에 비해 안전에 취약한 것이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터빈 쪽에서도 방사선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얇고 작게 지은 BWR의 격납용기도 사고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전원이 끊어지면서 원자로에 대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됐다. 때문에 핵연료가 들어 있는 노심(爐心)을 식혀야 할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수위가 낮아졌다. 노심 윗부분이 증기에 노출됐고, 핵연료를 싸고 있던 피복재가 녹으면서 증기 속 산소와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켰고 수소기체만 남아 격납용기 안에 가득 찼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격납용기 내부 압력이 6기압 이상으로 올라가면 붕괴 위험이 있어 의도적으로 방출할 수밖에 없다”며 “격납용기 밖으로 내보낸 수소가 격납용기 밖 외벽 안에 점점 채워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외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발성이 높은 수소가 외벽 안에서 산소를 만나 순간적으로 타면서 콘크리트로 된 외벽건물이 온도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BWR의 격납용기 부피는 보통 PWR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해 내부에서 압력이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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