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UAE) 유전개발 참여는 상업적, 상징적, 자원안보적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계약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우선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생산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양해각서(MOU)가 있다. 1970년대에 UAE 정부가 다른 나라와 30~40년 기한으로 맺은 계약들이 2014년부터 만료되는데 이 중 일부 대형유전의 운영권을 우리나라가 넘겨받는다는 게 골자다. 10억 배럴은 8억 배럴대인 우리나라의 1년 원유 수입량보다 많은 수량이다.‘개발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이 계약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에 불과하지만 MOU체결에 양국 정상이 참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 확정된 사안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다른 하나는 3개 미개발 유전광구에 대한 독점 개발권리다. 원시부존량(유전에 존재하는 석유ㆍ가스 총량) 기준으로 5억7,000만 배럴, 가채매장량(현재 가격 수준으로 캘 수 있는 매장량) 기준으로 1억5,000만~3억4,000만 배럴 규모다. 이 계약은 MOU보다 더 진전된 주요조건계약서(HOT) 형태라 연내 본계약 체결, 2013년 생산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하루 최대 3만5,000배럴까지 시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UAE는‘석유 프리미어리그’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선진국들만 진입이 가능했던 시장이라 우리나라의 진입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세계 6위 산유국으로 매장량이 980억 배럴인 UAE의 유전개발에 추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상당한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10억 배럴의 가치는 현재 유가를 적용하면 110조원인데, 10%만 수익으로 챙긴다 해도 그 액수는 11조원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원자재 확보 전쟁의 와중에 연간 10억 배럴 이상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자원안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계약이 실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수입량 중 직접 생산한 물량의 비율)은 10.9%에서 15%로 뛰어오르게 된다. 3개 미개발 광구 시추물량은 유사시 100% 들여올 수 있도록 돼 있어 더욱 든든하다.
하지만 본계약 체결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10억 배럴 유전 계약의 경우 형식이 엄연히 구속력 없는 MOU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파기도 가능하다. 미개발광구 3곳의 경우에는 개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막대한 개발 자금 조달 문제도 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번 계약 체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정부가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UAE 정부가 우리나라 에 눈길도 주지 않자 지난해 7월부터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에 7차례 친서를 보내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한국은 단순 유전개발 사업자가 아니라 100년 앞을 내다보는 아부다비의 경제협력 파트너다. 전후의 폐허에서 조선 자동차 전자 IT 등에서 세계 정상급에 오른 산업화 경험을 믿어달라”고 설득해 결국 그로부터“한국은 파이팅이 있는 나라”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고비 때마다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측에 말을 전하면 분위기가 확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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