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부터 '울산단층대' 위에 주소를 두고 살고 있다. 울산단층대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며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는 단층이다. 779년 4월 울산단층대인 신라 서라벌에서 지진이 일어나 100여명이 사망한 기록이 있다. 1643년(인조21년) 7월 울산에 지진이 나 봉화대와 성벽이 무너졌다는 기록도 있다.
나는 이곳에 살며 크고 작은 지진을 경험했다. 지진과의 첫 만남은 등줄기를 간질이고 가는 가벼운 진동이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았는데 등줄기가 부르르 떨렸다. 그것이 지진이었다는 것을 기상청의 보도로 알게 되었고, 내 몸이 지진을 민감하게 감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예민한 내 몸은 자주 지진을 경험했다.
내가 경험한 지진의 규도는 3~5로 큰 피해는 없었다. 가장 큰 지진의 공포는 은현리에서 만났다. 집안에 있는데 갑자기 '딱!' 하는 큰소리가 났다. 놀라 거실로 나오니 목조로 지어진 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순간, 지진이라는 생각에 안방에 계신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밖으로 나오셨다. '어머니 지진!'이라고 외쳤지만 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인데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진이 끝나고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피 매뉴얼'조차 모르는 무지가 주는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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