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지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원전 폭발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제2원전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우려했던 방사성 피폭도 현실로 나타났다.
“뉴스를 전혀 모르니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언제 돌아갈지 예상할 수도 없다.” 정부의 피난 지시에 따라 동북 해안인 오쿠마마치(大熊町)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내륙으로 수십 ㎞ 떨어진 다무라(田村)시 초등학교로 피난한 한 남성(69)은 13일 지진으로 인프라가 괴멸된 데다 재난 정보마저 없는 상황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아침 방재무선방송 등을 통해 피난 권고를 받은 이 남성은 당시 차림 그대로 집을 나섰다. “예금통장도 휴대폰 충전기도 못 가지고 나왔다. 이틀 정도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신문이 전하는 원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전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살았던 또 다른 남성(70)은 “지진만으로도 큰 일인데 방사선으로 이중 피해를 입게 됐다”며 “(원전의 안전성을)지금까지 믿어 왔지만 속았다는 느낌”이라고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전날 밤 후쿠시마 원전 주변 대피 지역 범위를 제1원전은 반경 10㎞에서 20㎞로, 제2원전은 반경 3㎞에서 10㎞로 확대했다. 13일 아침부터 해당 지역 주민 21만명이 대피를 시작하면서 일대는 인적이 끊긴 유령마을이 됐다.
피폭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이날 오전 재해대책본부회의에서 정부의 피난 지시 이후 현내 니혼마쓰(二本松)시로 대피한 133명을 검사한 결과 제1원전 인근 후타바(雙葉)후생병원 직원 등 19명의 피폭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현은 제1원전 주변에서 주민 190명이 피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외벽 폭발 당시 이 병원 옥상에 있는 직원 등 3명도 피폭을 당했고 당시 사고 대처 작업 중이던 도쿄전력 직원 등 4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와 별도로 소방청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폭발로 원전 반경 10㎞ 내 병원에 있던 환자 등 15명과 구급차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됐다고 밝혔다. 에다노 관방장관 역시 원전 부근 마을에서 피난나온 주민 중 9명의 피폭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방사성 물질은 표면에 붙는 정도에 그쳐 인체에 큰 피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 판단이다.” 에다노 장관은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애써 강조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턱없이 모자랐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김혜경기자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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