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방사선 누출로 190여명이 피폭됐을 가능성이 있어 당국이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 원전 근처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방사선 피폭량이 높지 않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의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방사성물질 가운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우려되는 건 세슘과 요오드다. 양도 많고 휘발성도 높기 때문이다. 세슘이 위나 장으로 들어와 피하지방이나 근육에 쌓이면 세포 내 유전자(DNA)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 몸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복구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손상되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린다. 요오드는 주로 갑상선에 달라붙어 조직을 파괴하고, 심하면 암이나 양성결절까지 생긴다.
세슘에 피폭된 사람은 프루시안블루라는 중화제를 먹어야 한다. 이 약은 위와 장으로 들어가 세슘과 결합한 뒤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한다. 요오드에 피폭되면 안정화옥소라는 약을 먹는다. 요오드화칼륨이 주성분인 이 약은 갑상선에 재빨리 자리잡아 방사성 요오드가 더 이상 달라붙지 못하게 막는다. 피폭 우려 지역에선 미리 먹으면 예방도 가능하다.
13일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최고 약 1.2밀리시버트(mSv)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원자력법 시행령에 따르면 원전 같은 방사선 관련 작업 종사자의 연간 최대 허용 피폭량은 50mSv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후쿠시마 방사선량은 허용치의 약 4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자연 상태에서 1년 동안 쪼이는 정상 방사선량 상한선은 1mSv까지다. 이와 비교하면 허용치를 넘은 셈이다. 보통 병원에서 X선 촬영할 때 쪼이는 방사선량은 0.03~0.05mSv다.
의료계에선 실제로 건강에 해를 미칠 정도의 피폭량은 1,000mSv 정도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방사선이 직접 몸을 뚫고 지나가거나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한 게 아니라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호흡기로 흡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피폭됐다 해도 약으로 치료 가능한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은 피폭 후 1주일이 지난 뒤부터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일어난 수준의 방사선 누출은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더 심각한 정도로 방사선이 누출되고 바람이 한반도 쪽으로 불어온다 해도 내국인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피폭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국내에는 방사선 피폭에 대비해 전문의료기관들이 프루시안블루 약 120명분, 지방자치단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안정화옥소를 다량 갖춰 놓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국내 영향이 확인되면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의료지원본부와 현장진료소, 거점병원 등이 가동된다.
이번 사고로 인체가 직접 받을 영향보다 오히려 환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이 더 심각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사성물질이 동ㆍ식물에 축적돼 계속 순환하면 장기적으로 식품을 통해 인체에도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