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재단 복귀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온 대구대 학내외 갈등이 '제2 상지대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대구대 정상화안을 최종 논의할 예정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의 경우처럼 정이사의 과반수를 구 재단 인사로 선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내 구성원 다수가 구 재단의 복귀에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결과에 따라 학내분규가 재연될 수 있다.
15일 사분위에 따르면 대구대 임시이사와 대구대교수회, 노동조합, 총학생회, 동창회, 설립자 유족 일부 등이 참여한 영광학원(대구대 재단) 정상화추진위원회와, 이에 맞서는 구 재단 측이 각각 별도의 학교정상화안을 제출, 사분위가 지난해 11월부터 논의해왔다.
1994년 임시이사 파견 후 그 동안 잠복해 있던 양자간 갈등은 지난달 17일 사분위의 첫 회의가 열린 후 표면화됐다. 천막농성과 기자회견 및 간담회, 1인 시위 등 전방위로 확산된 갈등의 핵심은 7명 정원의 이사회에서 누가 과반수를 확보하느냐는 것. 정상화추진위는 설립자 유족으로서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근용(52) 교수와 이 교수가 추천한 3명, 홍덕률 현 총장, 이노수 대구방송 사장(동창회장), 이상희 전 대구시장 등 7명을 정이사 후보로 사분위에 추천했다. 반면, 구 재단측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설립자 유족 대표로 이 교수의 어머니인 고은애(80)씨를 비롯해 종전 이사들을 중심으로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재단 관계자는 "설립자와 종전이사를 제외한 학원정상화는 허구"라며 "법적인 자격이 없는 구성원들로 꾸려진 정상화추진위가 영광학원의 재산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상화추진위는 "대학을 파행으로 몰고 간 비리 재단의 복귀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교과부 주문대로 대학 구성원 모두의 합의에 따라 민주적 절차를 거쳐 추진위를 구성했고, 이들이 2년에 걸쳐 만든 정상화안만이 대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사분위의 모 위원이 첫 회의 때 "임시이사 파견 당시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어느 대학이라도 있을 수 있는 사안으로, 당사자(종전이사)들은 억울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구재단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추진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분위가 이달 초 '열흘 안에 정이사 후보를 2배수(14명)로 재추천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추진위 측은 "구 재단과 추진위의 화해를 주문한 사분위가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 정상화안을 매듭지으려는 인상이 짙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사분위 관계자는 "정이사 후보 재추천은 사분위의 재량권 행사의 폭을 넓히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며 "사분위원 10명이 각자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17일 회의에서 결론이 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사분위는 지난해 8월 상지대 정이사 아홉 명 중 구 재단 쪽에 할당된 임시이사 한 명 외에 네 명을 구 재단 쪽 인사로 선임, 사실상 이사회의 주도권을 구 재단에 넘겨줬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사분위 발표 직후 전면적인 불복종운동을 선언,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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