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 새 수장에 권혁세(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됐다. 금융위는 16일 열리는 정례 금융위 전체회의에 권 부위원장을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하는 제청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북고 서울대 출신의 권 내정자는 행시 23회로 세제와 금융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온 정통 재무관료. 2007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시절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도입했고, 현 정부 출범 후에는 금융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현 정부 고위 경제관료 가운데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 대표주자'로 꼽히며, 진작부터 가장 유력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금융권에서도 ▦풍부한 행정경험에 ▦무리하지 않는 성격 ▦그리고 파워까지 겸비한 그가 금감원장으로 영전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하지만 권 내정자가 풀어야 할 현안은 결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저축은행 부실문제의 뒷처리. 7개 저축은행을 영업 정지시키는 초강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부실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게다가 예금자보호법 통과를 계기로 야당 주도의 청문회가 열릴 텐데, 여기서 그는 금감원의 부실감독에 대한 강도 높은 추궁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특히 권 내정자는 금융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던 2008~2009년 무렵의 저축은행 정책실패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와 관계설정도 늘 예민한 부분이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실무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은 태생적으로 갈등과 마찰요소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행시동기이자 같은 재무부 출신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이 문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밑에서 부위원장을 하던 권 내정자가 금감원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하관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선 "누가 더 센지는 보면 알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편 금감원 내부에서 가장 큰 관심은 조직개편과 인사다. 2008년 김종창 원장이 단행했던 조직개편에 대한 문제점이 안팎에서 지적되면서, 차기 원장이 취임하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임원 체계도 현재의 여러 본부장(부원장보) 제도를 폐지하고 과거처럼 부원장을 늘려 업권을 총괄하게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여러가지 개편안을 구상 중이지만 일단 신임 원장이 취임해야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