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로 불바다가 되어 버린 인구 7만5,700여명의 일본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 정부는 강진 사흘째인 13일에도 대략적인 인명피해 규모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부재, 매캐한 검은 연기로 가로막힌 게센누마는 언론은 물론 구조대마저 쉬이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 11일 NHK 방송 영상으로 게센누마 주거지역 화재를 접한 일본인들은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는 비관적인 언론보도가 더해지면서 심연을 알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13일 미야기현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인명피해가 예상되지만 규모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천 명이 한꺼번에 고립된 마을에도 구조대가 들어가지 못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이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전용 비행기로 둘러본 게센누마 화재 지역 르포기사에서 “게센누마 시 경계 안으로 들어서자 연기로 짙게 가려진 하늘 아래로 검게 그을린 채 텅 비어 있는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며 “쓰나미와 화재가 철저히 짓밟고 간 시가지에는 더 이상 파괴될 것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게센누마가 “마치 공중폭격을 당해 쑥대밭이 된 도시와 같다”고 묘사하며 “부서진 유조 탱크에서 쏟아진 검은 기름이 도시로 흘러들어 참상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전날 르포 기사에서 “미나미게센누마(南氣仙沼)역은 마치 존재한 적이 없는 건물인 것처럼 통째로 사라졌으며 근처 주민센터 건물은 지붕까지 물에 잠겨 있었다”며 “철도와 도로가 건물잔해, 부서진 자동차로 꽉 막혀 외부와의 통행은 완전히 끊긴 상태”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철도와 나란히 흐르는 오카와(大川)강의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과 소형 고기잡이 어선들의 잔해가 뒤섞인 진흙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센누마 시 공무원 아베 사토시는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지옥의 살풍경이 벌어졌다”며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잔해 아래 깔렸을지 두려울 뿐이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치바 가즈오는 “불이 나 차를 타고 시 외곽으로 도망가려 했으나 길을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잔해가 쏟아져 차를 포기한 채 걸어서 대피소로 왔다”며 “만일 아파트 안에 남아 있었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게센누마 지역에선 1만여 명의 주민이 학교 등 공공건물 17곳에 나뉘어 수용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본 언론들은 공식적인 수치 집계를 통해서가 아닌 전언을 수집해 “게센누마 수산시장에 1,000명 이상이 고립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만 14명 이상이 생매장됐고 3,200여명이 신속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고 보도했다. 미나미게센누마(南氣仙沼)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무선통신망이 두절돼 휴대폰으로 시 정부에 구호용품 요청조차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영 BBC는 게센누마의 상황에 대해 “도시 3분의 1 이상이 완전히 수몰되었으며 13일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은 곳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 자에서 “참치와 삭스핀의 주요산지인 아름다운 수산도시 게센누마가 하루아침에 폐허더미로 변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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