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시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독서다. 2011학년도 외고 국제고 등 입학전형에 도입된 '자기주도학습전형', 대입 '입학사정관제'전형 등에서 독서경험과 능력이 심사 항목에 빠짐없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펙 쌓기식 '벼락독서'로는 성공적 진학도 지적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올바른 독서습관만이 감수성과 꿈, 지능, 학업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 때부터 독해 능력을 키우고 책 읽기 싫어하는 어린이를 책벌레, 발표왕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창의적 책 읽기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교사들의 프로그램 중 자녀와 함께 시도해 볼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자연스레 책 읽히는 다양한 놀이
서울 고원초 백현숙 교사는 지난해 1학년 읽기 수업에 직접 고안한 독후(讀後) 놀이활동을 도입했다. 놀이에 참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알아야 할 내용을 공부하게 되는 교육법이다. 백 교사는 모두 8차례의 연수 등을 통해 역할극, 보물(질문)카드, 읽기 인증제, 어휘지도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우선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로는 역할 나눠 읽기, 역할극 하기, 흉내 내는 말 바꿔보기 등이 있다. 예컨대 <콩쥐팥쥐> 를 읽을 때 선생님과 학생 혹은 부모와 자녀가 지문, 콩쥐, 검은 소 역할 등을 나눠 읽는 것이다. 몰입이 잘되면 역할극을 해볼 수도 있다. 또 다 읽은 후 책 속 문장 중 '콩쥐는 엉엉 울었어요'에서 '엉엉'대신 넣을 수 있는 말, 즉 펑펑, 흑흑 등의 단어를 직접 떠올리게 하면 어휘력 향상에 좋다. 스티커 등의 보상을 제공하면 학생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콩쥐팥쥐>
문장력과 독해력을 동시에 키우는데 좋은 놀이로는 보물카드 만들기가 있다. 책의 내용을 답으로 하는 문제를 학생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 교실에서는 친구들끼리 낸 문제를 풀어보지만, 집에서는 부모나 형제 자매 등에게 문제를 내거나, 카드를 많이 만들어 스스로 답을 다시 떠올려 보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이 놀이는 저학년에게 어려운 활동일 수 있어, 책을 함께 읽은 후 어른이 어떻게 질문을 만드는지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읽기 인증제는 문장이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는데 유용한 놀이다. 한번 읽은 책 속 문장을 뽑아 한 장의 종이에 기록한 뒤 읽게 하는 것. 이 때 간단한 문장에서 점점 길고 어휘가 많고 구조가 복잡한 문장 순으로 적는 것이 중요하다. '검은 소가 나타났다', '그 때, 검은 소 한 마리가 나타나 콩쥐를 도왔다'등으로 발전해 가는 식이다. 이를 스스로 한번, 가족 앞에서 한번, 또 다른 가족 앞에서 한번 틀리지 않고 모두 읽으면 스티커를 주면 된다.
효과도 톡톡했다. 지난해 두 학기간 이 같은 놀이 프로그램으로 독서 공부를 한 이 학교 1학년 1반 25명의 학생들은 어휘력 향상도 검사 결과, 평균 55.26점(4월)에서 77.78점(10월)으로 크게 향상됐다. 또 글을 읽고 내용을 묻는 독서력 검사에서도 평균 213.6점(4월)이 490.8점(10월)으로 부쩍 뛰었다고 한다.
백 교사는 "신나고 재미있게 놀다 보면 결과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독해력이 신장 될 수 있는 것이 책 읽기 놀이의 장점"이라며 "이렇게 한번 책 읽기에 빠진 학생은 스스로 책을 읽고 싶어해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좋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독서 멘토
가족과 함께 하는 독서 계획을 통해 독서능력을 향상시킨 교사도 있다. 서울 등명초 이근자 교사는 지난해 5학년 수업에서 독서 멘토링, 독서 계획서 작성 등을 도입했다.
3월 학기 초 가장 먼저 한 것은 '우리집 독서실 만들기'. 독서실을 만든다고 해서 거창하게 책과 책장을 구비한 것은 아니다. 우리 집에 어떤 책, 몇 권의 책이 있는지 책 중 자녀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 목록을 작성하는 것. 이후에는 '나의 책 마라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책 목록이 허술하다면 어린이 도서연구회 등에서 소개하는 권장도서 목록을 참고해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수업에서는 이렇게 완성한 목록을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고 부모님 앞에서 독서계획 선서를 하도록 했다. 보통 1년 독서 목표는 50권으로 정하고, 1학기에 25권씩 읽도록 했다.
또 독서 과정에서는 모든 학생이 '나의 독서 보물 공책'을 적도록 했는데, 독후감을 쓰는 것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만 해두는 것. 아예 공책 없이 읽을 때보다 동기부여가 잘 된다. 점차 감명 깊은 책은 중요한 문장을 표시하도록 해두는 식으로 기록에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교사는 특히 온 가족이 직접 함께 책을 읽는 활동을 강조했는데, '같은 책 읽고 가족 생각 적기'가 대표적이다. 가족이 1권의 책을 함께 읽고 한 장의 종이에 서로의 생각을 적어 돌려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 또 월 1회 가족이 모여 독서한 내용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고, 한 학기에 1,2회 정도는 공공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를 통해 가족 독서 활동을 넓혀 가도록 권장했다. 그 결과, 이 학급 학생 20여명의 국어과목 학업 성취도 성적이 평균 40점대(1학기)에서 80점대(2학기)로 향상됐다.
이 교사는 "원래 한 달에 만화책을 빼고는 책을 1권도 읽지 않던 학생이 11명이나 됐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책을 가져다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자신의 목표나 관심에 맞는 책을 선택해 끝까지 읽으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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