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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할리우드 영화 속 구체화된 한국…남북격차 묘사엔 씁쓸

입력
2011.03.1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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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다. 하나는 뒷맛이 씁쓸했고, 또 하나는 정말 그럴까 하는 기대 섞인 웃음이었다. 17일 나란히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을 대하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그렇게 명암이 갈릴 듯하다.

두 영화 모두 외관상 한국과 무관해 보인다. 먼저 가진 건 열정밖에 없는 여자 PD 베키(레이첼 맥아담스)와 고집불통 앵커 마이크(해리슨 포드)의 사연을 웃음으로 전하는 '굿모닝 에브리원'. 막 입사한 베키에게 미래의 남자친구가 "세상에서 세 번째로 사악한 사람"이라며 마이크를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처음엔 흘려 들었던 베키가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마이크보다 사악한 사람은 누구냐고. 남자친구는 어눌하지만 분명한 발음으로 "김쩡일"을 첫 번째로 꼽았고, "신데렐라 계모가 두 번째로 사악하다"고 말한다.

동화 <미녀와 야수> 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비스틀리'도 한국을 소재로 다루지만 '굿모닝 에브리원'과 정반대다. 마녀의 저주로 흉측한 외모를 지니게 된 카일(알렉스 페티퍼)이 연모하던 린지(바네사 허진스)와 조심스레 교감을 나누는 로맨틱한 장면에서 한국 관객들은 눈이 번쩍 뜨인다(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인 장면일 듯하다. 물론 한국인에게만).

한국 드라마를 보던 카일에게 린지가 "한국어를 잘하냐"고 묻고 이내 둘은 서로 드라마 대사에 대한 해석 경쟁을 벌인다. 뉴욕의 고교생들이 한국 드라마를 자연스레 화제로 입에 올리고, 한국어 실력을 다투는 모습에서 달라진 한국문화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선 남북의 구분은커녕 한국에 대한 제대로 된 묘사조차 찾기 쉽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반골 로버트 알트만(1925~2006) 감독에게 1970년 칸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매쉬'는 한국에 대한 잘못된 묘사 때문에 종종 호명된다. 6 25전쟁 중 미군 야전병원을 밑그림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한국인은 베트남식 모자인 농을 쓰고 등장한다. '007' 시리즈 등은 한국 농부가 물소로 경작하는 모습을 담아 야유를 받기도 했다. 아마 예전 미국 영화인들 머리 속엔 한국이 태국과 베트남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으로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한국에 대한 묘사가 더 명확해지고 정교해진 것은 반갑지만 씁쓸한 면도 있다. 남북한의 격차와 이질감이 더욱 강조된 듯해서다. 남북분단은 어쩌면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고착되고 있는지 모른다. 할리우드 영화에 드리운 한류에 마냥 웃어야 할지… 난감한 문제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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