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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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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봄 편지

입력
2011.03.13 04:54
0 0

-박남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이튿날 아침 일곱 시에 지진이 있었다. 나는 들창을 열고 흔들리는 대동경(大東京)을 내어다가보니까 빛이 노오랗다. 그 저편 잘 갠 하늘 소꿉장난 과자같이 가련한 후지산이 반백의 머리를 내어놓은 것을 보라고 죠쮸양이 나를 격려했다.’ 이 글은 천재 시인 이상이 쓴 이란 수필의 한 단락이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처음으로 날아보았다. 누군가 우러러보고 있을지도 모를 하늘. 그 하늘을 교만하게 날고 있음에 미안한 맘이 들었다. 구름 아래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구체적인 세상사가, 뜬 구름 잡는 일 못지않게 무상해지기도 했다.

일본 지진 뉴스를 보며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가를 절감했다. 자연의 거친 힘과 부드러운 힘을 생각하다가 지리산 속 자연시인 박남준이 떠올랐다. 한겨울 삭풍 지진을 이기고 봄을 여는 수천 수만 그루의 나무 이파리 열쇠들. 우표도 붙이지 않고 손수 전달해주는 연두빛 봄 편지 한 장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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