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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딜레마… 외환銀 산으로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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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딜레마… 외환銀 산으로 갈라

입력
2011.03.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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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SD(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이니셜)가 이렇게 고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부 고위 인사)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이 취임 2개월여 만에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하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감독당국의 승인 문제도 함께 꼬여버린 것.

1월 초 취임하자마자 해묵은 부실 저축은행 처리문제를 일사천리로 풀어 내면서 "역시 SD"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그가 지금껏 금융 구조조정 등에서 보여줬던 저돌적인 돌파력, 그리고 신속한 문제해결 능력을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지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16일)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및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정식안건으로 상정할 지 여부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안건 상정여부에 대해선 15일 저녁 늦게까지 고민을 계속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워낙 복잡한 사안인데다 이견도 팽팽해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해주는 동시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론스타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하면서, '5년 내에 금융 관련 처벌 전력이 있는 경우'부적격 대주주로 분류하고 있는 은행법 규정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생각대로 결론(론스타 대주주 적격인정 및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내릴 경우 외환은행 노조 등으로부터 "부적격자인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비판이 들끓을 전망. 김 위원장으로선 이 부분이 첫 번째 부담스런 대목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그간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문제는 별개"라고 밝혀 온 만큼, 대법원 유죄취지를 감안해 론스타에 대해선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대신 하나금융의 인수는 승인하면 그만이지만 경우 금융당국은 "부적격 대주주를 몇 년째 방치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 역시 김 위원장으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하나금융 및 론스타 양측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환은행 매각을 당국이 세 번씩(국민은행 HSBC 하나금융)이나 무책임하게 무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사정이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금융당국 내에선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하다. 한 소식통은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면 나중에 책임 소지라도 면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해 나중에 책임 추궁을 당하느니, 법원 확정 판결까지 판단을 유보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으로, 매각을 결정한 이른바 '10인 대책회의' 멤버 중 한 명이어서 더 조심스러워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책임시비를 우려해 결정 자체를 늦출 경우, 외환은행 매각은 또다시 장기 공전되고 그만큼 국부유출논란만 확산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더 이상 책임 회피에 매달리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을 주문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임기 중에 뜨거운 현안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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