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가 4월 27일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지 여부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15일 마감되는 한나라당의 공천 신청에 응할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출사표를 던져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의 핵심 인사들은 정 전 총리의 출마를 계속 권유하고 있지만 정 전 총리의 입장은 현재로선 크게 변한 게 없다. 정 전 총리는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대답은 똑같다"며 "동반성장위원장과 제주_세계7대자연경관선정추진위원장 일로 너무 바빠서 출마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총리를 했지만 총리는 정치와 완전히 상관없는 자리는 아니더라도 정치인 그 자체는 아니지 않느냐"며 "그러나 분당을에 출마한다는 건 본격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것이므로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출마할 마음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정 전 총리는 당장 14,15일 이틀간 진행되는 한나라당의 후보자 공모 신청에는 응하지 않을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공천 신청을 하려면 내야 할 서류가 많을 텐데 나는 지금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공모 신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당내 경선 과정 등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불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닫아둘 수는 없다.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손학규 대표의 출마 여부가 중요하다. 정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정 전 총리가 지금은 출마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있지만 손 대표가 출마하고 당이 강력히 요청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강재섭 전 대표 등 다른 후보자가 있는 상황에서 남의 기회를 뺏는 모양으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게 정 전 총리 생각이지만 여권이 필요해서 나가라는 것이라면 숙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분당을 전략공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원희룡 사무총장은 이날 "손 대표의 출마라는 중대 상황이 오게 되면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며 "야당의 진행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공천이 4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손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커질수록 정 전 총리가 나설 개연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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