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중진 정치인들의 모임인 '민주평화복지포럼'(상임대표 이부영)은 14일 프레스센터에서 '5 ∙16 쿠데타 50년 학술대회'를 갖고 박정희 정권의 공과(功過)를 조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진보 성향 학자들은 개발독재 등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면을 주로 부각시켰으나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특히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민주정부 무능론에 답을 주고 싶다"면서 경제성장을 내세운 박정희 정권 향수론을 정면 반박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민주주의와 인권은 문제였지만 경제성장은 평가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전론도 흔들었다.
그는 "박정희, 전두환의 권위주의정부에 비해 그 뒤 출범한 민주정부의 경제 실적이 여러 부문에서 과소평가돼 왔다"며 민주화 이후 높은 임금 상승이 기업의 투자를 전혀 위축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권위주의 시대의 고성장이 안고 있던 만성적 고인플레이션, 무역적자를 민주정부가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성장률, 고용, 무역수지, 투자 등에서 민주정부가 권위주의정부보다 더 나은 성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개발독재 불가피론은 독재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며 "당시 개발독재 '때문에'가 아니라 개발독재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인에 의해 고도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5 ∙16으로 들어선 박정희 시대는 국가최고재건회의에서 입법권까지 틀어쥐고 법치주의를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식 권위주의 근대화가 남긴 쓰레기를 1987년 이후 20여년 간 처리해 왔고 앞으로 최소 50년 이상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이 된 것은 박정희 시대의 공적으로 정확히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식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 박정희 시대는 가공할 억압의 시대이겠지만, 국민들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다"며 "그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건 지식인인가, 일반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당시 중화학공업 발전을 위해 자본, 노동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권위주의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이론도 있다"고 소개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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