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심기 거북한 靑… 불끄기 나선 삼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심기 거북한 靑… 불끄기 나선 삼성

입력
2011.03.11 17:33
0 0

"친기업 환경 노력했는데…""상당한 성장했단 말이 핵심""경제 낙제는 아닌 것 같다 이익공유제 무슨 말인지"李 회장 발언 미묘한 후폭풍정운찬 "진정한 의미 이해 못한 탓"

청와대와 삼성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현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 점수는 아니다"고 발언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11일 일제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 회장은 '현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몇 점 정도 주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성장해 왔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해 왔으니 …"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흡족하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대∙중소기업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이 회장의 경제 성적 언급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듣기 거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비판을 들으면서도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자 했던 사정을 잘 아는 이 회장이 그런 발언을 해 좀 의아스럽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이 대통령도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듣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삼성 측에 전화를 걸어 이 회장 발언의 진위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자 삼성이 서둘러 진화 작업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낙제점이라는 단어 보다는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다는 언급을 더 주목해 달라"고 설명했다. 평소 위기론을 내세우면서 긴장을 강조해 온 이 회장 특유의 화법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장을 했다'는 표현 속에는 긍정적 평가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발언을 쉽게 잊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청와대는 일단 서운한 듯하다. 17대 대선 직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 파문으로 특검이 진행돼 2008년 회장직에서 퇴진해야 했던 이 회장을 이 대통령이 2009년 말 사면해준 경위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정부를 낙제를 면한 수준으로 비하한 이 회장의 발언은 여론을 호도할 뿐 아니라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한 이 회장의 언급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회장은 좀더 겸허하게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논평했고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는 강도 높은 논평을 냈다.

이익공유제 제안의 당사자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기업 이익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며 이를 이념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이익공유제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공부한 책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시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