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융권의 최대 화제는 윤용로(56ㆍ사진) 전 기업은행장의 귀환이었다. 그는 지난해 말 기업은행장 자리에서 떠난 지 불과 3개월도 안 돼 외환은행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관료를 일컫는 말) 출신으로 국책은행장을 거쳐 민간은행장으로 입성한 첫 번째 케이스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의 외환은행장 선임 소식에 전해지자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우선 업계는 그가 기업은행장 시절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외환은행을 훌륭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그는 기업은행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공격적인 대출 확대 전략을 주도하는 방법으로 덩치를 키워 하나은행을 제치고 기업은행을 '빅 4'은행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 못지 않은 발빠른 영업전략을 펼쳐 '국책은행이어서 기업은행은 느리다'라는 이미지를 벗는데 큰 기여를 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현 정권의 실세도 아니고, 자신과 인연이 거의 없는 그를 발탁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실 차기 외환은행장은 어려운 자리다. 하나금융의 인수를 두고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센데다, 조직 문화도 기업은행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 특히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7년간 경영하면서 영업행태나 조직 문화가 외국계 은행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하나금융이 윤 행장을 선임한 배경에는 이질적 문화를 기존 하나금융 문화와 잘 융합시키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기업은행장 시절 보여줬던 리더십이 외환은행에서도 통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는 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게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민간은행인 외환은행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 돌아온 그가 성공한 관료와 국책은행장을 넘어 민간 은행장으로서도 성공하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들고 나올지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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