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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 발등 찍은 루이 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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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 발등 찍은 루이 왕조

입력
2011.03.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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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막을 내린 '베르사이유 특별전'(예술의전당)은 절대왕정 시대의 찬란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나의 군주, 하나의 믿음, 하나의 법'을 외치며 통치권을 장악한 루이 14세는 왕권신수설로 절대권력을 정당화했다. 왕실을 신의 존재에 빗대어 표현하는 '신화적 초상' 장르가 유행했던 시기인 만큼 그림 속의 루이 14세는 제우스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루이 14세는 예술과 과학 등 학문의 진흥을 위해 힘쓰고 여러 분야의 아카데미를 설립함으로써 국가 메세나 활동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특히 자신이 좋아했던 발레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는 왕권 강화와 전쟁의 승리로 확장된 영토로 '강대한 프랑스'라는 치적을 남겼으나 베르사이유 궁으로 대변되는 사치로 인해 루이 왕조의 몰락을 자초했다. 전시회의 초상화 속 왕족들의 금빛 의복들은 그 화려함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왕의 침실 복원 시 직물을 짜는 데 들어간 금만 40㎏이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도 왕족들의 사치스러운 궁정생활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루이 14세가 범접할 수 없는 화려함으로 귀족들과 국민들에게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고자 한 것은 어린 시절 '프롱드의 난'을 겪으며 왕실의 권위가 힘없이 추락해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순간을 잊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오랜 세월 성직자들에게 눌려 있던 권력을 호화로운 연회 등으로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의 화려한 연회를 빛나게 한 음악가가 있었으니 장 밥티스트 륄리이다. 륄리는 뛰어난 능력으로 루이 14세의 궁정음악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루이 14세의 전폭적 후원 아래 수많은 궁정발레와 극음악, 그리고 그의 최대 업적인 프랑스만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륄리는 혹독하게 오케스트라를 훈련시켰고 그의 연습 방식과 왕의 절대권력을 모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후대의 지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왕의 권력을 등에 업고 오페라 상연 독점권을 얻어 부와 명성을 얻게 된 륄리는 루이 14세의 총애를 유지하기 위해 라이벌의 등장을 갖은 수단으로 견제했다. 그와 맞서려다 쓴 맛을 경험한 샤르팡티에는 륄리를 피해 종교음악 위주로 작곡했음에도 결국 궁정에서 직위를 잃고 말았다.

그토록 권력에 집착했던 륄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루이 14세가 쾌유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을 지휘하다 당시 지휘봉으로 사용하던 큰 지팡이로 스스로 발등을 찍어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자신의 추문으로 잠시 소원해진 왕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아부성 연주를 하다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왕권을 과시하려다 왕정을 종식시킨 루이 왕조의 운명과 닮은 꼴이 아닌가.

'절대권력은 반드시 망한다'라는 말을 입증하듯 최근 튀니지에서 시작된 혁명은 이집트 리비아 등 각지로 번지고 있다. 절대권력을 누려온 무바라크 일가는 78조원, 카다피는 17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축적했다. 국민의 고초를 아랑곳하지 않은 지도층의 사치라는 공통점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연상된다.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번 혁명들이 성공하더라도 민주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도 단번에 성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신 만큼은 반세기 이상 유럽 전역에서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한 세기 동안 여러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이끌어냈다. 절대권력에 대한 혁명의 바람이 북한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그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김대환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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