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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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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입력
2011.03.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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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는 3不! 영재성·암기력·안정성에 매달려선 안돼"

교수법 전문가이자 교육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가는 곳마다 교육개혁, 아니 교육혁명을 부르짖고 있다. 부모는 굶어도 자식은 무조건 최고로 잘 가르쳐야 한다는 특유의 교육열이 인재를 키우고 나라를 키우는데 기여했지만, 이제 그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외친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이니셜) 등 주요 대학 진학을 위해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도 마다 않는 교육열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며 교육에 대한 생각, 발상을 바꿀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2ㆍ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조 교수의 강연도 그랬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기 위한 인재혁명'이라는 강연에서 "성적이 인재의 바로미터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글로벌 시대에 맞게 창의력과 전문성, 인성 등 3박자를 갖춘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교육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인재 양성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에 비유했다. 인공위성이 많은 부품으로 이뤄졌지만, 핵심은 대략 세 가지라는 것이다. 우주선을 받쳐주는 발사대 시스템, 우주로 올라가기 위한 동력인 로켓과 연료,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는 조정실 등이 골자다. 마찬가지로 큰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도 교육열, 시스템, 방향 등 세 가지 핵심요소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지 오래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한국의 교육에서 과연 이 세 가지 핵심요소는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고 있나. 이 물음에 조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을 비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미국은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나 교육열이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대단한 교육열을 자랑하면서도 교육방향은 잘못 설정돼 있다. 조종실에선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여기지만 발사대는 여전히 예전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조종실)가 내놓은 교육개혁정책이 일선 현장(발사대)에서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재에 대한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대뜸 '삼불'(三不)을 꺼냈다. 한 학부모가 "인재양성과 대입시의 3불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조 교수가 웃었다. 그가 언급한 '삼불'은 다른 차원이었다.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세 가지를 금지하는 대입 정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가 부러워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인재상이었다.

첫 번째 불(不)은 영재다. 영재성이 초등생이나 중학생 때 나타나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미발견 상태에 있다가 나중에 교육에 의해 계발되니, 주변의 어린 영재들에 너무 민감해하지 말라는 얘기다. 두 번째 불(不)은 암기력이다. 암기 잘하는 학생이 성적이 좋겠지만, 다른 재능과 능력을 보이는 학생이 더 뛰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무시해도 좋을 인재상의 마지막엔 안전성이 자리했다. 조 교수는 "세계 최고의 인재는 안정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이 주는 권위와 학력을 마다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창업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2ㆍ서울 강남구 도곡동)씨가 "좀더 설명해달라"고 하자 조 교수는 즉시 답했다. "최고 인재는 대가를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역에서 명예, 돈, 학력 등 혜택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베풀고 영향을 미치고자 할 따름이다. 한국의 최고 학생이 그저 얻을 것만 생각한다면 큰 인재는 절대로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충족시켜야 글로벌 시대의 인재가 될 수 있는가. 참석자들의 궁금증에 그는 창의성, 전문성, 인성을 제시했다. 그 중 창의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새로운 일을 개척하거나,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나갈 줄 아는 학생이 진짜 인재라는 의미다.

전문성도 빼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전문성에는 과학자 교육자 공학자 예술가 의사 등 전문가로 활동하기에 필요한 지식 이외에 전문성의 핵심 요소인 자발성, 사고력, 판단력 등 기본 능력도 포함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새로운 전문 지식과 정보가 매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화 사회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평생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면서 "결국 정보홍수 시대의 전문성이란 평생 학습을 추구하는 의지와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인성도 실력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인성은 머리로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오랜 노력의 결과다. 그런 점에서 인성도 실력이다. 인성은 앎이 삶과 어우러져 베풂으로 실천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인재 혁명을 위해 학교와 가정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교사는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지성, 정서, 인성, 신체의 긍정적 변화를 학생들에게서 이끌어내는 리더가 돼야 하고, 학부모?암기 학습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미래를 그리도록 조력하라고 조 교수는 조언했다.

■ 교육혁명의 전도사 "국영수만 잘하면 될 것 같죠? 대단한 착각입니다"

조벽 교수는 10일 자신이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시립꿈나무마을(옛 소년의 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의 성장통을 해소하고 혁신을 이뤄내려면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국적인 사교육과 입시과열 등 특정 증상을 잘 다스린다고 병이 낫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원인을 찾아 고치는 것이 핵심이며, 핵심은 혁명에 가까운 교육개혁"이라고 단언했다.

_어떻게 하면 교육을 일으켜 세울 수 있나.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수월성이다, 평준화다 하면서 논쟁만 벌이고 있다. 절망적이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자녀 교육이든 학교 교육이든 학생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도록 도우면 된다. 물론 어려운 과제다. 집에서, 교실에서 어른들이 죄다 스트레스를 받아 절망하고 있다면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른부터 학생에게 희망의 원천이 되도록 하라."

_현장에서는 주요 과목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영수 등 주요 과목만 잘하면 인재가 되나. 사회나 학교, 학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창의성, 독창성, 재능을 살리는 쪽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암기식 주입식 공부는 빨리 막을 내려야 한다. 공부 개혁이 시도돼야 한다는 뜻이다."

_학부모들에겐 별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변화 조짐도 보인다. 좌충우돌하는 교육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을 갖고 자녀를 지도하는 학부모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고무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학부모가 자녀의 점수에 매몰돼 창의성을 짓밟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_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묘안은 없나.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공교육은 살아날 수 있다. 학습의 즐거움, 관심사, 자기주도적 학습이 필요조건이다. 이 중에서 학습의 즐거움이 으뜸이다. 모든 과목이 매번 재미있고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1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매우 흥미진진하면 대성공이다. 이는 전적으로 교사한테 달렸다. 교사는 1주일에 단 한 수업만이라도 학생들이 학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 조벽 교수는

●1956년 서울 생. 10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5년 전 영구 귀국했다.

●위스콘신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간대 공대에서 20년간 교수로 있으면서 학교가 주는 최우수 교수상을 두 번이나 탔다. 재직기간 중 받은 4.91점(만점 5점)의 교수 평점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미시간대 교수 시절 창의력을 위한 혁신센터와 학습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미국 과학재단 연구상, 미시간주 최우수교수상, 미국공학교육학회 교육자상,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서울시립꿈나무마을 운영위원장, 부산서부교육지원청 위(Wee: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 서비스)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생생하고 다양한 교육 현장 경험을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전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주요 저서론 , 등이 있다.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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