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영동지방 폭설 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했던 지난 달 중순 미국에서는 인류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에 출전해 전설적인 퀴즈 달인들을 물리치고 퀴즈왕에 오른 것이다.
왓슨은 "서툰 목수가 탓하는 것은?"이라는 애매한 질문에 "연장"이라고 답하는 등 지능적인 면모를 거침없이 보였다. 또 찾아낸 답이 일정 수준의 신뢰도를 넘을 때에만 부저를 누르고 답하게 돼 있었지만 스스로 신뢰도 수준을 조절하는 똑똑함을 발휘했다. 실수도 있었지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점수가 많이 뒤져 있다고 판단되면 신뢰도가 낮아도 일단 대답하는 융통성도 보여줬다.
인간 퀴즈 달인들과 대결하기 위해 왓슨은 지난 3년간 100만권의 책에 해당하는 지식을 축적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서로 연결시켜 면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이다.
대결을 지켜 본 사람들은 왓슨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퀴즈를 푸는 모습 보다 사람의 말귀를 정확히 알아 듣고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 왓슨은 인간의 복잡 미묘한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 첫 번째 컴퓨터이며 정보의 상관관계를 따져 스스로 학습하며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이 모든 왓슨의 능력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다.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능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왓슨의 미래 잠재력이다. 인간 언어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처리, 복잡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아내는 왓슨의 능력을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새뮤얼 팔미사노 IBM 회장은 "왓슨은 뇌를 갖고 답을 찾는 컴퓨터"라면서 "질병과 관련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서 엄청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왓슨은 환자 진료나, 공공기관의 정보 획득 등을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과 진보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IBM은 지난 100년간 정보과학 분야를 개척했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왔다. IBM 연구진들은 단순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퀴즈 대결을 벌인 것이 아니다. 컴퓨팅의 미래를 추구하며 그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고, 왓슨이 바로 그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을 보였다. 컴퓨팅 기술이 인간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믿음을 심어 주었고, 우리 인류의 혁신과 진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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