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밝힌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다. 대기업이 예상을 초과한 이익을 주주와 임직원 등 '핵가족'끼리 나누는 데 그치지 말고, '대가족'인 하청 중소기업과도 나누자는 구상이다. 수시로 필요성은 거론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생' 방안의 하나로 여기면 그만이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급진 좌파적 주장"이라고 비난, 정 위원장과의 원격 말싸움을 벌이더니, 재계의 상징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까지 나서서 "사회주의 말인지, 공산주의 말인지 모르겠다"고 논란에 가세했다.
■ 이익공유는 "대학 시절부터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는데 그런 얘기는 못 들었다"는 이 회장의 볼멘소리와 달리 경영학의 '공급관리(Supply Management)'에서 자주 다루는 말이다.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을 위한 유인책(Incentive)이라는 점은 정 위원장의 구상과 조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부품ㆍ소재 공급자인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간다는 점은 같다. 기술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공동혁신의 이익 분배를 약속하고 이행하는 것을 사람에 따라 '이익공유(Profit Sharing)', '성과공유(Benefit Sharing)'라고 달리 부를 뿐이다.
■ '성과공유'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해 정착, 발전시킨 것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다. 처음 공급사의 활발한 '개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사의 개선 제안으로 발생한 이익의 50%를 되돌려 주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전담하는 제안 평가위원회도 두었다. 도요타는 이런 개선 제안 장려제도에 이어 공급사의 독자개발과 공동개발 단계로 끌어올려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 농기계 제조사인 미국의 존디어, 세계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델파이는 물론이고, 포스코나 삼성전기, 현대중공업 등도 나름대로의 '성과공유'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 덕성여대 김경묵 교수의 논문( 2009년 2월호)에 따르면 국내의 성과공유제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제안 장려에서 공급자 개발, 공동개발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뢰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지식이나 동반자의식에 기초한 신뢰는 없고, 계산(계약)에 따른 신뢰만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기술 낚아채기를 우려, 기술혁신 제안에 소극적이다. 무용한 이념논쟁보다 어제 국회를 통과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성과공유제의 토대인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신경이 더 쓰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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