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되살아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이번에 제대로 규명될까. 장씨의 지인이라는 전모(31)씨가 받았다는 문제의 편지가 필적감정을 통해 정말로 장씨가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재수사를 하더라도 장씨 본인이 사망한 상황에서 2년 전과 다른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되살아난 의혹, 배경 있나
장씨 사건이 2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일 SBS가 장씨의 자필 편지라는 문건 사본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이 편지에는 언론사 대표, PD, 감독, 기획사 대표, 금융업체 대표 등 유력인사 31명에게 강요된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년 전에 공개된 ‘장자연 문건’과 비교해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편지 사본들은 법원과 검찰은 물론, 장씨 사건 소송 당사자들도 이미 갖고 있었고, 전씨 역시 2년 전에 이미 알려진 인물이다. 장씨 사망 직후인 2009년 3월말 모 스포츠신문은 전씨가 ‘왕첸첸’이라는 가명으로 제보한 장씨 편지 필사본 내용을 보도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전씨가 수감된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원본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사망 2주기를 앞두고 장씨의 편지가 공개된 것에 대해 온갖 설들이 나돌고 있다. SBS는 “장씨 지인에게 입수했다”고 밝혔지만 2년 전 이미 ‘장자연 리스트’에 대표의 이름이 올랐던 모 신문사를 겨냥한 정권 차원의 기획이라거나,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언론사 간의 이전투구라는 등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경찰이 2년 전 전씨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아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당시 전씨에 대해 “장씨와 일면식이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며 그의 자작극으로 결론지었다. 전씨의 거부로 편지 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도 압수수색 등 적극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장자연 사건 어떻게 진행됐나
장씨는 2009년 3월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우울증을 앓던 한 신인 탤런트의 단순자살로 보였던 사건은 ‘장자연 문건’의 일부가 공개된 데 이어 ‘유력인사들에게 술시중과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인터넷에는 유력인사 이름이 적힌 ‘장자연 리스트’가 돌았고, 경찰은 4개월 이상 수사한 끝에 같은 해 7월 수사 대상자 20명 가운데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와 전 매니저 유모씨, 금융인 2명과 기획사 대표 1명 등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김씨와 유씨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접대 의혹을 받은 7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문건 내용이 추상적이라 수사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와 유씨는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씩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과 피고인들이 모두 항소해 수원지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고, 이달 22일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까
경찰은 재수사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지만 재수사를 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선, 공개된 편지들에는 실명이 기재돼 있지 않다. 피의자 특정은 물론 증거와 증인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 증언을 해줄 장씨 본인이 없다. 만일 편지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가 모호하게 나올 수도 있다. 경찰이 압수한 원본 편지가 오래된 데다, 여기저기 접은 흔적이 있는 점 등은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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