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을 덮친 규모 8.8의 강진으로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 하와이,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사이판, 괌, 미국, 캐나다, 칠레 등 최소 20여개 태평양 연안국가들에 일제히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이들 나라는 23만여명이 사망한 2004년 인도양 초대형 쓰나미로 직ㆍ간접적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이번 일본 강진이 당시의 악몽을 다시 가져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외신들은 태평양 건너 멕시코와 칠레, 페루 등의 해안에도 도호쿠 강진 여파가 닥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어 재앙이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을 능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쓰나미경보센터는 이날 오후 강진 발생 직후, 미국 서부해안 전역과 남미 국가 등 사실상 태평양 모든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AP통신은 "태평양 국가는 물론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시간 내에 대형 쓰나미 발생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쓰나미가 태평양의 일부 섬들보다 높은 상태로 덮칠 것으로 보여 대규모 침수 상태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은 동부 해안 19개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11일 밤을 전후해 동부해안에 높이 1m 규모의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12일 오전 6시께 대형 쓰나미가 해안지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보된 대만에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러시아 재난당국도 사할린섬을 비롯한 쿠릴열도지역에 긴급 대피령을 발령, 1만1,000여명의 주민이 안전지역에 대피토록 했다. AFP통신은 "11일 오후 약 50㎝ 높이의 쓰나미가 러시아 동북부 섬지역에서 감지됐지만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쓰나미 경보로 대피령이 내려진 하와이 관광지에선 안전지역으로 황급히 도망가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뒤엉켜 큰 혼란이 빚어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호놀룰루 비상경영국 관계자는 "쓰나미 피해 예상지역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킬 시간이 불과 4시간 밖에 없다"며 "큰 규모의 재난이 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11일 오전(현지시간) 하와이 해변에는 일본발 높이 2m 규모의 첫 쓰나미가 도달했다. 외신들은 "이미 주민들이 대피를 끝냈기 때문에 하와이에서 쓰나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와이 빅아일랜드섬 힐로 남동쪽 50km 부근에선 10일 밤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재난당국은 "일본 강진과 관계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와이를 지나간 쓰나미가 미 캘리포니아 해안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던 스콧 캘리포니아 재난관리청 대변인은 "최고 2m 높이의 쓰나미가 캘리포니아주 북부 해안을 덮칠 수 있다"며 "일부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진앙에서 2,500km나 떨어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진동이 감지되는 등 공포는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호주 쓰나미경보센터는 미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의 쓰나미경보에도 불구, 일본 강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호주 본토까지 밀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일부 국가에 쓰나미가 11일 밤 덮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호주 AAP통신은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군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쓰나미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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