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이 일본 경제도 강타하고 있다. 향후 쓰나미의 행보와 여진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뜩이나 침체된 일본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해졌다. 11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79.95포인트(1.72%) 급락한 1만254.43에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 약세에 따라 소폭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장 막판에 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세로 돌아선 것. 엔화 가치도 지진 직후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비록 다시 원상복귀하긴 했지만,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83.29엔까지 치솟으며 2월2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단 시장은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향후 추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파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당시에도 주가가 초기 며칠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1주일 가량 뒤쯤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선 전례가 있다. 당시 지진은 1월17일 발생했지만 며칠간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같은 달 23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폭이 10%에 육박했다. 엔화 약세 흐름도 갈수록 가팔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겠지만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재료”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경제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진 이후 일부 원자력발전소와 정유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 북부의 오가나와 원자력발전소 3개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됐고, JX니폰오일에너지는 3곳의 정유시설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주요 산업시설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즈호연구소의 야마모터 야스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북부지역에 자동차와 반도체 공장이 있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신대지진 당시 경제적 피해 규모는 당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1,320억달러 규모. 만약 당시와 유사한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현재 일본 GDP 규모(2조6,000억달러)를 감안할 때 피해 규모가 2%만 돼도 5,200억달러, 우리 돈으로 600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향후 쓰나미 피해가 도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 경제적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올해도 1%대 중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좀처럼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복구 비용 증가 등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 피해는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