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아 엄마를 왜 봐, 앞을 봐야지."
11일 서울 방학동 아름다운가게 2층. 지적장애인 5명의 자립을 돕고자 기획한 '세움카페'가 20일 개업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었다. 음료를 나르는 이가영(24)씨가 멈춰 서서 엄마만 응시하자 잠자코 지켜보던 엄마가 가볍게 꾸짖었다. 이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음료를 내려놓을 땐 멀리서 매니저 강미경씨가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외쳤다. 아차 싶었는지 이씨도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따라 말했다.
부쩍 늘어난 화려한 카페들에 비해 세움카페는 느리고 서툴렀다. 5명은 5년 전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 교사였던 매니저 강씨는 "장애인의무고용제 등으로 최근 취직하는 장애인이 늘어났지만 현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장애인끼리 공동체 개념으로 일하는 게 더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해 카페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개개인 특성에 맞춘 교육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손에 힘이 없어 기계는 못 만지지만 인상이 좋고 목소리가 큰 이씨는 서빙을 맡았다. 집중력이 뛰어난 이세미(25)씨와 숫자 개념이 있는 박상준(20), 임사인(24)씨는 바리스타가 됐고, 섬세한 김정애(24)씨는 주스 제조와 설거지를 담당한다. 매니저 강씨는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해 한 손 밖에 사용할 줄 몰랐던 아이들이 이제는 설거지처럼 양손에 힘이 들어가는 일도 잘 한다"라고 했다.
세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줄인 상호답게 십시일반 작은 손이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한마음으로 일궈낸 건강한 공간이다. 아름다운가게는 2층을 싼 값에 임대해줬고, 내부 테이블과 의자는 복지관의 예술문화활동 프로그램 수강자들이 만들었다. 인근 주민들은 1만원짜리 '세움카페 증권'(월 1회 2잔의 커피를 무료제공)을 구입, 벽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정애씨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기업 후원 없이 자립적으로 시작했다는 것부터 의미가 있다"며 "우리 아이 같은 아이들이 제2, 제3의 세움카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이 아이들도 잘 할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자신감이 생기니 희망이 보이네요."(매니저 강미경씨)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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