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위리에 지음ㆍ황종원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발행ㆍ368쪽ㆍ1만8,000원
중국은 한국보다 더 심하게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겪었다. 아편전쟁 이후 서양 문화를 흡수하면서 전통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배척한 데다 신중국 건설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전통문화의 뿌리에 해당하는 옛 풍속과 습관을 철저히 뽑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중국 본토의 생활 방식에서는 홍콩이나 대만보다 옛 모습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게 됐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간간이 분출되어 왔는데 1980년대 문화열(文化熱), 1990년대 전통문화열(傳統文化熱),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학열(國學熱)이 그것이다.
베이징(北京)대 국학연구원 교수 러우위리에(樓字烈)가 쓴 <중국의 품격> 은 최근의 국학 붐에 힘입어 한 대중강연에 기초한 책이다. 중국 사상의 핵심인 유교 불교 도교를 두루 이야기할 수 있는 드문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문화의 핵심을 인문정신이란 말로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저자는 중국 고전 속에서 인문정신의 뿌리를 찾는다. 인문(人文)이란 말은 <주역> 의 비(賁)괘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천문을 관찰하여 사시의 변화를 살피고, 인문을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하고 풍속을 이룬다'는 대목이다. 왕필(王弼)은 이에 대해 "대상을 멈추게 하되, 위무(威武)로서 하지 않고 예의로써 하니, 인문이다"고 주석했다. 저자는 이를 "무력이 아닌 일종의 문명화된 방법으로 즉 시ㆍ서ㆍ예ㆍ악으로 민중을 교화하고 이로써 인륜의 질서가 잡힌 이상적인 문명사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주역>
저자는 더 나아가 중국의 인문정신은 위로는 신에 대한 숭배를 중시하지 않고 아래로는 물질에 대한 숭배를 막는 가르침으로 현대적 이성주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서양이 계몽운동기에 고대 그리스ㆍ로마문화와 함께 선교사를 통해 중국 문화를 흡수한 것이나 1, 2차 세계대전 후 서양 사상가들이 동양의 고대 문명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은 중국의 인문정신이 물질에 대한 숭배를 막는 가르침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중국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고전을 삼현 사서 오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현은 <노자> <장자> <주역> 을 가리키고, 사서는 <대학> <중용> <논어> <맹자> , 오경은 <주역> <삼례> <서경> <시경> <춘추> 다. 이 13권 가운데 <주역> 이 겹치고, <대학> 과 <중용> 은 <삼례> 의 <예기> 속에 있는 두 편의 글이므로 중복되는 것을 빼면 모두 9권이 되는데 이것이 중국 문화의 근원을 이루는 전적들이다. 예기> 삼례> 중용> 대학> 주역> 춘추> 시경> 서경> 삼례> 주역> 맹자> 논어> 중용> 대학> 주역> 장자> 노자>
저자는 이어 유가 불가 도가의 기본적 교의와 역사적 발전 맥락, 중국 문화에 미친 영향 등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의학이라고 보고 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 군데군데서 오랫동안 전통을 공유해 온 한국과도 비교하고 있는데 지난 100여년간 서양과 전통 사이에서 갈등해 온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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