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정영삼(27ㆍ187㎝)은 침착했다. 77-74로 앞선 4쿼터에서 2분이 채 남지 않았다. 부산 KT 진영 왼쪽 45도 지점에 자리잡고 있던 정영삼은 박성진의 훅 패스를 받아 지체 없이 3점슛을 던졌다. 슛을 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KT 수비가 손을 쓸 틈도 없었다. 공은 그림처럼 림을 갈라 80-74. 정영삼의 연이은 3점슛이었다.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전자랜드가 1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시즌 KT전에서 84-80으로 이겼다. 5연승을 거둔 전자랜드는 36승(14패)째를 기록, 선두 KT(37승13패)를 1경기차로 뒤쫓으며 남은 4경기에서 '대역전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또 이날 승리로 3위 전주 KCC(33승18패)와 승차는 3.5경기로 벌려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날 경기는 정규시즌 우승과 최우수선수(MVP)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빅 매치'였다. 만약 KT가 이긴다면 두 가지를 모두 가져올 가능성이 컸다. KT로선 말 그대로 '승자독식' 경기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3쿼터 초반 40-54로 끌려가던 전자랜드는 서장훈(15점 6리바운드)의 연속 득점으로 간격을 좁혀 나갔고, 3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는 정영삼의 3점포로 56-59까지 따라붙었다. 4쿼터 막판 정영삼의 3점슛 두 방이 터진 뒤 전자랜드는 서장훈이 훅 슛으로 2점을 보태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3점슛 4개를 포함해 17점을 쓸어 담았고, 문태종은 25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천후로 뛰었다. KT는 이날 경기에서 패하며 전자랜드와 상대전적이 3승3패로 같아졌지만 골득실에서는 앞서 여전히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한편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서울 SK가 홈팀 삼성을 87-77로 물리쳤다. 이승준의 항명 파문이 채 가시지 않은 5위 삼성(25승25패)은 4연패에 빠졌다. 6위 창원 LG(24승26패)와는 1경기차.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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