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33)씨는 봄이 되면 고민이 깊어진다. 바깥 활동이 잦아지면서 얼굴에 기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봄에는 갑자기 상태가 더 심해졌다. 이마 주변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여드름까지 얼굴 전체로 번졌다.
A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는 피부과에서 피지선을 줄이는 스무스 빔 레이저 시술을 한달 간격으로 2번 받고 나서야 예전의 상태를 회복했다. A씨는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삽시간에 얼굴로 번져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바깥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이 다가오면서 병원 피부과를 찾는 남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평소 피부관리에 여성보다 둔감한 남자의 고민은 그만큼 더 깊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봄철 내원하는 남자 환자의 가장 큰 고민으로 피지와 색소침착을 꼽았다. 전문의들은 올바른 세안과 보습 관리, 자외선 차단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봄 남자를 괴롭히는 기름기
봄 남자를 가장 괴롭히는 피부 트러블은 피지다. 날씨가 좋아지니 피부가 건조해지고 야외활동이 많아지니 모공에 기름이 더 끼는 것은 당연지사. 남자가 여자보다 피부관리에 게으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결 문제로만 본다면 사실 남자들은 억울하다. 남성호르몬의 하나인 안드로겐이 피지선을 발달시켜 여성보다 약 2배 가량 많은 피지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량의 피지를 배출하기 위해 모공은 커지고, 과다 분비된 피지가 여드름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황사가 찾아오고 미세먼지가 증가할수록 증상은 더 심해진다. 이혜영 성애병원 피부과 과장은 “오염된 공기가 피부에 유입되면 각질과 오염물이 쌓여 모공을 막는다”며 “얼굴색이 붉어지고 기름기가 넘치게 되면 여드름을 비롯한 2차 피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 혹은 색소침착
봄이 되면 피부과를 찾아오는 남자들 중에는 색소침착으로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겨울이 지나면서 급격히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가 검거나 검붉게 변한 것을 고민하는 남자가 의외로 많아졌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야성적 매력의 상징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남자도 우윷빛 피부를 갈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리라.
색소침착은 멜라닌 색소 때문에 일어나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많다. 멜라닌 색소침착은 사실 우리 몸의 자기 보호기능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멜라닌 색소는 태양광선 중의 자외선을 흡수 또는 분산시켜 체내에 자외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멜라닌 색소가 X선이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티로시나제 효소가 활성화돼 결과적으로 멜라닌색소가 증가한다. 표피층에 침착이 증가되면 피부는 검붉게 그을린다. 게다가 메이크업 등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색소침착이 생기는 경우가 여자보다 많이 생긴다.
▦꼼꼼한 세안ㆍ보습과 자외선 차단이 최선
전문의들은 꼼꼼한 세안과 보습관리를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과다분비된 피지를 수시로 제거하고 기름기를 줄인 뒤 보습관리를 해주면 모공을 막는 각질과 오염물질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덕분이다.
이정주 분당 메이저피부과 원장은 “남성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규칙적인 세안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과도한 세안은 피부를 건조하게 하기 때문에 여드름용 비누나 클렌징 폼을 이용해 모공을 청결히 하고 보습크림 등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피지가 과다분비 돼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늘어난다면 헤어 왁스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머리카락에 있던 왁스가 이마에 묻으면 각질을 일으키고, 각질과 미세먼지 등이 쌓이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드름에 염증이 생기면 빨간 여드름으로 번지는 등의 2차 3차 오염과 발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색소침착을 막기 위해서는 외출 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크림 등을 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정주 원장은 “봄은 자외선에 급작스럽게 노출되는 시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신경 써서 발라야 한다”며 “자외선 노출이 많다고 예고되는 날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며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다피지 시술은 어떤 때
A씨와 같이 상태가 심각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피부과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스무스 빔 레이저를 모공 안쪽에 쏴 피지샘을 파괴하는 방법이 있다. 시술은 한달 간격으로 3~5회 가량 이어진다. 비용은 1회당 20~80만원.
PDT광동역 요법은 피부에 약을 발라 피지샘을 타고 들어가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약물을 바른 지 2시간여 뒤에 레이저를 쏘면 약물이 터지면서 피지샘을 파괴한다. 시술은 한달 간격으로 3~5회 가량 한다. 얼굴 전체를 기준으로 비용은 1회당 70만원 내외.
스무스빔, PDT광동요법 치료와 동시에 모공 주위에 탄소 레이저를 쏴서 새살을 돋게 해 미관상 모공축소 효과를 내는 복합 레이저 치료도 있다. 3회 이상 반복해야 하며, 비용은 1회당 150만원 내외.
이상주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PDT요법의 경우 2~3일은 자외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며 “직장인인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스무스 빔 시술이 더 권장된다”고 말했다.
▦색소침착 시술은 이렇게
얼굴 등 옷으로 가려지지 않고 노출되는 부위에 색소침착이 생겨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남성이라면 정도에 따라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들 시술은 멜라닌 색소에 밝은 레이저 빛이나 파장을 쬐면 검은색이 흡수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IPL시술은 레이저로 멜라닌 색소를 태워서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딱지가 일주일 정도 간다. 한달 간격으로 3~5회 정도 반복해야 하며 시술시간은 15분 내외다. 비용은 회당 30~60만원.
레이저 토닝은 피부 속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1064nm 파장의 레이저 빛으로 색소를 잘게 부숴서 림프관을 타고 흘러가게 하는 것으로 색소침착이나 주근깨에 주로 사용한다. 시술시간은 15분 내외지만 30분 가량 마취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한달 간격으로 3~5회 반복해야 한다. 회당 30만원 내외.
이호섭 분당 아이린피부과 원장은 “기미 주근깨 등에도 사용하는 레이저 토닝은 멜라닌 색소 제거에 효과가 탁월한 데다 딱지를 남기지 않아 직장인 남성에게도 적합한 시술”이라면서도 “평소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쓰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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