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당 중심의 정국 운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 회동을 한다. 두 사람간의 정례회동은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당이 정국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며 "특히 집권 4년차 이후에는 당과 적극 협력해야지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참모들이 10일 전했다. 참모진에게는 4∙27 재보선에 나서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앞으로 선거를 비롯한 정무 현안은 가급적 청와대비서실보다는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정무수석실 등의 보고를 받을 때마다 당 중심의 정국운영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당이 이번 재보선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당 주도론은 재보선 공천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고유가, 구제역 등 국정 난제에 대한 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듯하다.
정치적으로는 재보선 승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단합을 도모해 선전 분위기를조성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의 협력을 최대한 결집시키기 위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에서 여당과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 여당과의 유기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권력누수 가능성을 줄여보자는 생각이다.
따라서 17일 조찬회동은 지난 1월 한나라당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 사태로 얼어붙었던 당청 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재보선 공천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고, 신공항 및 과학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에 대한 청와대와 당의 시각차가 있는 등 변수가 많아 당청관계가 순항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지난해 7월 안 대표 취임 이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간 월 1회 정례회동이 자리잡는 듯했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 예산안 처리, 감사원장 인사 파동 등으로 중단돼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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