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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인 운전

입력
2011.03.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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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960번 도전 끝에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한 70세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죽기 전에 손주들을 데리고 운전해서 동물원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던 할머니는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요즘 노인들은 독립적인 생활을 원해 나이 들어서도 운전면허를 따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 5년간 65세 이상 인구는 18.5% 증가한 반면, 이들 연령대의 운전면허 소지는 68%나 늘었다. 노인 택시기사도 부쩍 늘어 2001년 774명이던 70대 이상 택시기사가 지난달 말 현재 9,059명에 달한다. 서울시내 택시기사의 4.5%(4,283명)가 70대 이상이다.

■ 노인 운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젊은 층에 비해 난폭운전이나 과속을 자제한다는 긍정론과 함께, 체력 저하로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져 치명적 교통사고의 위험은 오히려 높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5년간 65세 이상 인구의 교통사고는 36.3%나 늘어났다.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 역시 전체 사고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학협회에 따르면 85세 이상 운전자의 사망률은 25~69세에 비해 9배나 높다. 노화는 기억력과 주의력, 시력, 다중작업능력 등 운전에 필요한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선진국들은 노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5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질병과 약물 복용사항을 꼼꼼히 관리하도록 교육하는 '55+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본은 노인 운전자 차량에 '실버마크'를 붙여 주변 운전자의 방어운전을 유도한다. 최근 1~2년 새 사고 경력이 있거나 벌점이 많은 70세 이상 노인이 노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를 취소한다. 미 일리노이주는 4년에 한 번 운전면허를 갱신토록 돼 있지만, 81세 이상에겐 2년에 한 번 시력검사와 도로주행시험을 치르게 한다. 이탈리아는 85세 이상 노인의 운전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국내에선 한 번 운전면허를 따면 평생 운전이 가능하다. 노인 운전자에 대한 관리대책은 5년마다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적성검사가 유일하다. 물론 나이가 안전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나이가 많다고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고 본인의 안전에도 치명적이다. 우리도 노인 운전자의 안전 대책을 고민할 시기가 됐다. 면허증 갱신 주기를 좁히고 건강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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