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위(위원장 이주영)가 10일 제시한 법조 개혁안은 과도한 검찰권 행사 및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수사청 신설과 대법관 증원 등 핵심 쟁점을 두고 벌써부터 '위헌' 및 '반개혁'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어서 실제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개혁 대상인 검찰과 법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사개특위 전체회의나 법사위 심의,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개혁안이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증원의 개혁성 논란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20명으로 증원하자는 개혁안의 취지는 대법관 1인당 연간 2,000건 이상을 처리하는 업무과중을 해소함으로써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여야의 다른 셈법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현정부 출범 후 이념 편향 판결이 이어지자 한나라당은 대법원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방안으로 대법관을 24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은 '법원 길들이기'라며 반발하다 20명에서 절충하게 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반개혁'이라고 반발하고 있어서 대법관 정원 문제는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 고위관계자는 "대법관 증원의 의도는 대법원에서 더 많은 사건을 맡아 사실심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대법원을 정책법원으로 만들자는 개혁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대법관 업무과중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법원은 고등법원 상고심사제 등을 제시했지만 이번 여야 합의에서는 빠졌다.
특별수사청의 위헌성 논란
검찰개혁안에 대해 당초 민주당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옥상옥'이라며 반발하고 한나라당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거들었다. 결국 국회의원 등을 제외하고 판사와 검사 및 검찰수사관의 비리 수사로 영역을 좁힌 특별수사청은 여야의 절충으로 나온 개혁안인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기소ㆍ수사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특별수사청이 판사와 검사의 비리만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특정 직군을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듯한 내용의 입법은 헌법상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산하에 특별수사청을 둘 경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관예우 방지 위헌 논란
전관예우는 항상 법조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법원과 검찰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됐다. 전관의 개업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이 198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뒤 전관 수임을 제한하는 명문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판ㆍ검사가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마지막 1년간 근무했던 지역에서 1년간 민ㆍ형사 모든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는 이번 개혁안의 도입은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벌써부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란
검ㆍ경간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는 로스쿨 문제와 연계해 순차적으로 결정한다는 게 여야 합의 내용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검찰청법 53조의 '검사에 대한 경찰관의 직무상 복종의무'를 삭제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수사권 독립을 주장할 수도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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