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최모(46)씨는 다음주 내야 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확인하고는 말문이 막혔다. 지난해 3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으로 2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당시 금리는 4.95%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최씨는 5.89%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연간 이자부담액만 약 188만원, 월 15만원 이상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는 "물가가 너무 올라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대출 이자 부담까지 늘게 돼 가계부 쓰기가 겁날 지경이다"고 말했다.
서민 가계에 대출금리 공습이 시작됐다. 작년 11월 이후 한달 건너 한번씩 징검다리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이자폭탄'이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파산가구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자의 대부분은 고소득자라 이자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서민가계 상당수가 은행권이든 제2금융권이든 빚을 지고 있어 금리인상 쇼크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다.
실제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이날 0.09%포인트 올라 3.39%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0.59%포인트나 상승한 수준. 현재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60%가 CD연동형이어서, CD금리 상승은 곧바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은행은 11일부터 CD연동 대출금리를 0.03%포인트 오른 4.73~6.05%로 적용한다. 신한은행도 11일부터 대출금리를 0.03%포인트 올려 4.78~6.53%로 고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0.09%포인트 인상된 5.27~6.77%를 국민은행의 경우 다음주부터 0.16%포인트나 인상된 5.10~6.40%를 적용한다. 연초에 CD연동형으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4월부터 월 이자부담액이 평균 4만9,000원 가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CD연동형 보다 금리 변동성이 적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마찬가지.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올라갈 것이 뻔해 코픽스 신규기준 대출금리 역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잔액 기준 금리는 오름폭이 미미하겠지만 신규기준의 경우는 CD금리 인상폭 만큼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 임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빚은 매 분기마다 14조3,000억원 가량 늘어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분기당 4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금리상승으로 이자 상환부담이 커지고, 여기에 주택시장 침체까지 계속될 경우 가계대출의 부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은행들은 예금금리도 현재보다 0.2~0.25%포인트 가량 올릴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4.15%에서 4.35%로 인상할 예정이고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도 다음주 중 최대 기준금리 인상폭(0.2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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