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개특위의 사법개혁 합의안에 대해 법조계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직격탄을 맞은 검찰은 즉각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주요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9시15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박용석 차장과 각 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 총장은 “관련 기관들의 의견 개진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혁안이 발표돼 매우 유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은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과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안인지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지점은 대검 중수부 폐지다. 한 대변인은 “중수부는 고위공직자와 정치권 비리, 대형 경제범죄 등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해 왔다”며 “이런 파수꾼을 무장해제한다면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중수부 폐지에 따른 수혜 대상은 곧 정치인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서울고검의 한 간부도 “검찰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에 기대 자신들이 가진 입법권으로 검찰을 손보려는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판ㆍ검사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한 대변인은 “과거 특별검사 운영 사례에서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한 예산ㆍ인력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겨냥한 수사기관 설립은 보편성을 상실한 입법이 되며, 과도한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게 국민 보호, 인권 보장을 위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상대적으로 잃은 게 적은 법원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 계속 참여해 좋은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양형기준법 제정 등을 두고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양형에 있어서도 국회 동의를 구하라는 것인데 이는 사법권 침해이며, 포퓰리즘이 개입돼 사법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 수 증원에 대해서도 법원에서는 “상고심 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대법관을 몇 명 늘리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상고허가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포함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이날 “검찰과 경찰을 명령복종관계로 규정한 시대착오적인 검찰청법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결단”이라며 “이번 결정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선진 수사체제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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