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을 둘러싼 중국 공안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당국이 올 1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상하이 한인사회를 상대로 스캔들의 핵심 덩신밍(鄧新明ㆍ33)씨의 행적 등 관련 정보수집에 나선 정황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 및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덩씨의 행방이 한국언론 보도가 집중된 8일 이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덩씨 신병 확보와 조사는 사건실체 파악에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1월 실시된 중국 공안당국의 내사는 성추문 수준의 스캔들을 상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기밀 유출에 따른 한중간 마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또 중국 고위층인사의 연루의혹까지 나오면서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가 보다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 공안당국은 1월 덩씨를 내사할 당시엔 구금조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직후 덩씨와 주변인물들과의 연락이 끊기고 상하이에서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따라서 주변 관계자들 가운데에는 중국 공안당국이 이미 덩씨의 신병을 확보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그 장소는 상하이가 아닌 타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덩씨의 남동생은 10일 한 국내 언론과의 통화에서 "(누나는) 상하이에 있지만 집에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국가간 갈등을 유발할 만한 민감한 사안의 조사를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중국 공안당국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국가기밀 유출 문제뿐만 아니라 덩씨가 한국 유력 정치인들의 상하이 방문 때 위정성(兪正聲ㆍ66) 상하이시 당 서기와의 면담을 주선하고, 스스로 위 서기의 조카로 행사해온 점 등에서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 많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내부기강 문제와 관련돼 있을 경우, 사건 차단을 위해 덩씨를 상당기간 외부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덩씨를 비호해온 중국측 관련자들이 있다면 이에 대한 조사는 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의 한 중국법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연관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된 큰 사안에 대해 형량 이상의 처벌을 내리는 등 엄중 처리한다"며 "그러나 이번 사안은 중국 당국이 덩씨에 대한 조사 및 처벌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가급적 조용히 진행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덩씨는 자신의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려 10여개에 달하는 가명 신분증과 12대의 휴대폰, 2개 이상의 여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가 상하이 총영사관으로부터 중복 비자를 받으려 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덩씨로부터 사업상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중소기업 대표 K씨는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이름은 린신밍(林信明)으로 홍콩통행증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며 "최근 그와 접촉하기 위해 그가 보유한 4개의 휴대폰으로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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