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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시민군 장악 유전시설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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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시민군 장악 유전시설 폭격

입력
2011.03.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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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군이 리비아 내전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카다피군은 9일(현지시간) 라스 라누프 등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주요 유전시설에 폭격을 가했다. 반정부 시위 초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자국 내 석유생산 시설 폭파를 명령했다"는 추측 섞인 정보가 현실화한 것이다.

APㆍAFP통신 등 외신은 카다피군이 이날 라스 라누프에서 서쪽으로 5km 떨어진 반카다피 시민군 진지에 20여개의 폭탄을 투하했고, 이 과정에서 인근 시드라 원유시설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무스타파 게리아니 시민군 대변인은 "정부군이 시드라로 이어진 원유 파이프라인과 원유 저장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유전시설 폭격은 '의도된 군사 작전'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카다피가 국영TV에 나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가 리비아 유전지대를 지배하기 위해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한 직후 공습이 감행된 점만 봐도 그렇다. 리비아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는 물론, 무기수출 금지, 해상 봉쇄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죄어오면서 석유를 자살테러식 협박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2005년 제재를 해제한 이후 리비아에는 100여개의 석유업체가 진출했고, 원유 생산량은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운데 8번째다. 카다피가 석유를 무기로 국제사회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리비아 사태의 여파로 배럴당 116.5달러에 거래돼 전날 대비 2.5%나 뛰었다. 코크리 가넴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 회장은 "현재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기존 160만배럴의 3분의1 수준인 50만배럴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한편 혼전을 거듭해 왔던 서부 자위야와 동부 라스 라누프, 두 전략 요충지는 카다피군의 우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카다피군은 10일에도 탱크와 로켓포를 동원, 라스 라누프 주거지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외신들은 "빈 자와드를 카다피 측에 내준 시민군이 라스 라누프마저 함락될 경우 브레가, 벵가지로 이어지는 동부의 반정부 세력 거점을 잃을 것을 우려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자위야에서는 “양측의 교전으로 4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중에는 카다피 측 장성과 대령이 포함됐다”고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 뉴스팀원 3명도 지난 7일 자위야에서 잠입 취재 도중 카다피군에 붙잡혀 구타와 협박을 당한 뒤 21시간 만에 풀려났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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